3권분립 위배" vs "적법한 국회권능" 법리공방
여야가 지난 19일 국회 원구성의 전제조건으로 합의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놓고 정부와 한나라당 사이에 위헌 논란이 불거지고, 여기에 야당까지도 나서 정부 논리를 비판하는 등 입법부와 행정부간 법리 공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21일 가축법 개정안중 중단된 쇠고기 수입을 재개할 경우 `국회 심의'를 받도록 한 여야 합의사항에 대해 "위헌소지가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데 대해 한나라당은 "위헌주장은 난센스"라며 반박했고, 민주당은 "정부가 위헌 문제를 들고 나온 의도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법제처가 `국회 심의' 조항에 대해 위헌을 주장하는 논리의 핵심은 "헌법상 3권 분립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라는 점이다. 헌법상 정부에 부여된 행정입법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는 것.
법제처는 "수입위생조건을 행정입법의 유형인 고시로 위임한 이상 고시의 제.개정은 행정부의 고유권한"이라며 "국회의 심의라는 형식으로 고시를 통제하는 것은 헌법상 행정입법권과 3권분립 원칙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행 가축법에서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게 수입위생조건의 확정.고시 권한을 위임하고 있는데 여기에 국회의 심의를 요구하는 것은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간섭으로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리인 것.
특히 법제처는 "국회의 `심의'는 예산안이나 법률안과 같이 체계, 형식, 자구, 내용 변경 등 모든 것을 국회에서 마음대로 고칠 수 있기 때문에 국회의 `동의'보다 훨씬 행정부의 권한과 자율성을 약화 혹은 상실시킬 우려가 많다"며 오히려 국회 `동의'보다도 `심의' 조항이 행정권을 더욱 제약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농식품부는 "이번 가축법 개정안은 법체계상 문제, 국제기준과 충돌, 이해당사국과 통상마찰 소지 등의 우려가 있다"면서 법제처에 개정안의 위헌 소지와 법 체계상 문제를 검토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가축법 개정을 위해 당내 법률.국제통상 전문가들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쳤으며,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국회 심의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 가축법 개정안의 위헌 소지 논란과 관련, "위헌이라고 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농식품부 입장에서 그렇게 얘기할 수 있지만 옳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는 "국회 심의 과정이라는 국민적 갈등을 해소하는 장을 마련해 정치적으로 정부를 도와준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정치권에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민적 갈등을 걸러주기 때문에 정부도 편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홍 원내대표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표결 내용이 정부를 구속하는 내용은 아니며, 정치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법적으로 구속하는 내용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정권 원내대변인은 "대법원장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국회 동의를 필요하지만 장관 인사청문회는 심의를 하지만 행정부 임명권한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야가 합의한 국회 심의는 정부의 행정권한을 제한하지 않으면서 국민 여론과 과정을 논의하는 절차"라고 강조했다.
가축법 특위 소속 민주당 김종률 의원은 "하위법인 고시에 위임한 것을 상위법인 법률이 그 위임을 거두어 들이고 법률 그자체로 규정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헌법이 법률로 정하게 할 입법사항을 법률보다 하위인 명령이나 규칙, 고시 등의 형태로 정하는 것이 위헌"이라며 정부측의 위헌 주장을 일축했다.
김 의원은 "국회가 법률로 `심의' 사항을 규정하는 것은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재량범위내, 즉 헌법 40조가 규정하고 있는 국회의 `입법권'에 속하는 국회의 권능"이라며 "이러한 국회의 `심의권'이 정부의 고유권한인 통상협상권을 침해하거나 조약체결권을 제약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입법부와 행정부간의 법적 논리 공방은 행정부가 위헌 제청을 할 경우 헌법재판소에서 판단이 내려질 전망이다.
한편 정부와 한나라당은 `국회 심의' 조항의 위헌 논란 충돌외에도 가축법 개정안중 `광우병 발생 국가에서 5년간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금지한다'는 조항에 대해서 상충된 입장을 보였다.
농식품부는 "이 조항은 광우병 발생 사실 자체만으로는 쇠고기 수입을 금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국제수역사무국(OIE) 규정에 어긋나고 현재 쇠고기 협상을 벌이고 있는 캐나다 등과 통상마찰을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홍 원내대표는 "어차피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할 때 정부 재량만으로는 하기 어렵다"면서 "정치권의 동의없이는 어렵고 또 다시 쇠고기 저항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현실론'을 내세웠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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