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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메달보다 중요한 것은 삶의 메달"

입력 : 2008.08.18 18:01


세계 최고의 '철인'을 가리는 남자 육상 10종 경기.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 참가한 브루스 제너(미국)는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최고의 '철인'으로 등극했다.

제너는 그날 밤 지인의 도움으로 몬트리올 야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최고급 호텔방에서 잘 수 있는 특전을 누렸다.

방 안에는 피아노 한 대가 있었다. 멋진 야경을 보면서 쇼팽의 야상곡이라도 한 곡 치고 싶었지만 그건 그의 바람에 불과했다.

피아노를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너는 그날 밤 금메달 수확에 따른 달콤함과 이제 더 이상 이룰 것이 없다는 황폐함에 시달려야만 했다.

메달을 딴 후 엄습하는 이 같은 모순된 감정은 비단 제너에게만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18일 인터넷판에서 메달리스트들이 운동을 그만둔 후 이직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심각한 공황 장애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보도했다.

이미 메달획득 후 선수들에게 찾아오는 후폭풍은 여러 차례의 실험을 거쳐 어느 정도 검증된 상태.

지난 1982년 체코 올림픽 메달리스트 163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겨우 17%만이 은퇴 후 이직한 직업에 만족감을 느꼈다고 한다. 나머지는 우울증이나 약물남용에 시달렸다.

또 스티븐 운게르라이더 박사팀이 1997년 수영, 하키, 펜싱 등 12개 종목에 참가한 미국 올림픽 선수 57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 중 약 40%가 올림픽 후 매우 심각한 문제를 겪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일부는 이직에 성공해 성공적인 삶을 누리기도 한다. 1980년 미국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m, 1,500m 등에서 5개의 금메달을 싹쓸이 한 에릭 하이든(미국)은 외과의사로 변신,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

반면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 금메달리스트 옥사나 바이울(우크라이나)은 알코올 중독 등 여러 문제를 겪으면서 한 때 힘든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올림픽 4관왕 업적에 빛나는 '다이빙의 전설' 그레그 루가니스(미국)는 "모든 것을 올림픽에 초점을 맞춰 생활하다 보면 가족, 직업, 취미 활동 등 포기해야 할 가치들이 너무 많다"며 이에 대한 적절한 안배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베이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