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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정 반장] 제대로 떨게 할까?

정준형

입력 : 2008.08.18 15:49|수정 : 2008.10.15 01:46


정치부 정준형 기자입니다.

사람이 언제 가장 불안해할까요? 여러 경우가 있겠지만 신체와 생명에 위협을 느끼거나, 자신의 자리가 위태로울 때 큰 불안을 느낄 겁니다. 그래서인가요? 수년전 SBS에서 방송한 '모래시계'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 최민수 씨가 했던 마지막 대사, 한번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나 떨고 있니?"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 말이, 당시 사회적으로 유행이 되기도 했습니다. 일반인들의 경우에도 자신의 비리나 잘못이 드러나, 자신의 지위가 흔들리게될 위기에 처할 경우 큰 불안감을 느낄 겁니다.

최근 보도를 보시고 아실 분은 아시겠습니다만, 여의도 정가에서 정치인들이 떨고있다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습니다. 여당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야당 정치인들도 불안해한다는 소문입니다.

최근 민주당 김재윤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를 계기로 괴담들은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서울시의회 뇌물사건'과 '대통령 영부인 사촌언니 사건(이른바,언니게이트)', '유한열 씨 납품비리 사건' 등 여권과 관련된 각종 비리사건들이, 야권 사정을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입니다. 야당 역시 김재윤 의원에 대한 검찰 신호를 "야당에 대한 정치보복의 신호탄"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와관련해 정치권에서는 이미 여야 현역 의원들이나 과거정부 권력실세 등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말들이 나돌고 있습니다. 모두 확인이 안된 소문들입니다. 지난 12일 이명박 대통령이 "비리사건 관련자의 경우 지위 고하와 소속 여부를 막론하고 철저하게 수사해야한다"고 언급한 이후 정치권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 이 대통령의 언급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않아, 김재윤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여권의 비리의혹을 덮기위한, 국면전환용 표적수사라는 주장인데 검찰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나라당는 표면적으로 과거 정권의 병폐들이 드러나고 있다며, 김재윤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반겼지만,내심 불안한 표정입니다. 정치권에 대한 사정이라는게 어느 정도는 여야의 균형을 맞춰줘야하는 만큼 여당 정치인들과 관련한 추가 비리 사건이 터져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의도 정치권이 떨든, 긴장하든, 불안해하든 간에, 국민의 입장에서야 비리 정치인들의 부패가 척결돼야하는 것은 응당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비리 척결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을 것이고, 국민들 역시 여야와 상관없이, 비리 정치인들이 떠는 모습에 속 시원해할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한가지가 있습니다. 검찰의 엄정한 수사입니다. 한마디로 정치적 의혹이 따르지 않는, 외압의 의혹이 따르지 않는 공명정대한 수사가 전제돼야합니다. 하지만 최근 검찰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리 곱지가 않습니다. 새 정부들어 검찰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이런 전제가 지켜질까하는 불안감이 깔려있는게 사실입니다.

촛불집회 시위대 수사, 신문 광고주 불매운동 수사, MBC PD 수첩 수사, KBS 정연주 전 사장 수사 등 하나같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논란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김재윤 의원에 대한 수사 역시 여권 관련 비리 수사와 비교할 때, 유독 속전속결로 끝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야당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최근 한 일간신문이 전문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60%가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 검찰은 그동안 여러차례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쓴 적이 있습니다. 정치권력에 따라 해바라기 행보를 보이며, 권력을 위해 검찰권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한 직후인 2003년 3월, 당시 대통령과 평검사와의 대화에서 "이쯤되면 막 가는 거지요"라는 대통령의 반박이 나올만큼 대통령을 몰아붙이며 '기개'를 보였던 젊은 평검사들의 목소리가, 새 정부 들어서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법집행 기관인 검찰이 법대로 원칙을 지킬때 국민은 검찰을 신뢰할 것입니다.

그래야 여의도를 활보하는 비리 정치인들도 제대로 떨지 않겠습니까?

 

[편집자주] 90년대 SBS 사회부의 민완기자였던 정준형 기자는 법조팀과 경제부 등을 거쳐, 사회부 사건팀을 이끄는 시경 캡을 역임한 뒤 지금은 정치부 야당팀의 현장반장으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때론 거칠면서도 정이 듬뿍 넘치는 인간미가 담긴 뜨끈뜨끈한 기사들을 보내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