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연일 승전보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경제도 어렵고 살기도 팍팍한 요즘, 베이징에서 들려오는 메달 획득 소식은 국민들에게 적잖은 위안과 힘이 됩니다. 현재 종합순위 4위, 예상외의 선전입니다. 앞으로 이 기세를 잘 이끌어 나간다면 한국 올림픽 사에 새로운 금자탑도 세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우리 국회도 지금 신기록을 경신해 나가고 있습니다.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오늘로 79일... 그런데도 아직도 우리 국회는 원구성조차 하지 못한 채 파행하고 있습니다. 국회법에는 임기 개시 일주일 이내에 원구성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18대 국회 임기개시가 5월 30일이니까 국회법대로라면 이미 지난 6월 5일에 원구성을 끝냈어야만 합니다. 우리 국회는 국회법이 규정한 원구성 시한을 오늘로써 70일이나 넘겼고, 국회사상 최장기 ‘위법 국회’라는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또 하루하루 그 기록을 경신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원구성을 놓고 벌이던 막판 협상이 결렬된 뒤, 여야는 한 광복절이 낀 삼일 연휴을 푹 쉴 모양입니다. 어차피 여야가 협상시한으로 약속했던 13일을 넘겨 또다시 국민에게 거짓말 한 꼴이 됐으니 이왕 욕 먹을 거 연휴 동안 그리 애써봐야 이견이 좁혀질 것 같지도 않고, 게다가 온 국민의 관심이 올림픽에 쏠려 있으니 예전처럼 그리 크게 욕 먹을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국회는 이 3일간의 냉각기가 어쩌면 큰 폭풍우를 앞둔 고요함일 수도 있습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월요일 오후 2시에 본회의 소집을 여야에 통보해 놨습니다. 원내 과반수 의석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은 18일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19일에는 한나라당 몫으로 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겠다고 야당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여당이 날치기를 기도하면 국회 파행은 물론 정국 경색의 모든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18일이 이번 협상의 최대 고비가 될 것 같습니다.
여당이 단독 원구성 추진을 강행하려는 명분은 ‘경제 살리기’입니다. 특히, 유가급등에 따른 민생 법안들과 추경 예산, 그리고 각종 감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야당에 발목이 잡혀서 더 이상 법안 처리를 늦추게 되면 경제살리기에 어려움이 생긴다는 논리지요. 반면, 야당이 국회 파행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반드시 쟁취하려는 것은 ‘가축법 개정안’인입니다. 그동안 비난 여론을 감수하면서 장외투쟁까지 벌여가며 싸워 왔는데 아무것도 얻어 내지 못한채 그냥 국회 들어올 경우 야당으로서의 존립 기반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하고 있는 듯 합니다. 국민 여러분들 보다 조금 더 가까이에서 국회를 들여다보고 있는 정치부 기자로서 일견 그들의 입장이나 절박감을 이해할만 합니다. 그러나 그 어떤 명분이나 그 어떤 국회 전략전술도 ‘최장기 위법 국회’의 오명을 씻어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요즘 방송과 신문 등 언론매체들은 베이징 소식을 전하느라 뉴스 시간이나 지면이 모자랄 지경입니다. 그러다보니 우리 국회, 우리 정치에 대한 감시자로서의 역할은 다소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입니다. 아니 어쩌면 우리 국민이 이미 오래전부터 포기해 버린 국회상에 대해 언론조차도 전혀 새로움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겁니다.
국회는 베이징 올림픽에 쏠린 국민의 관심.. 그로 인해 상대적으로 감시의 눈길이 소홀해진 틈을 타 자신들의 한심한 행태를 방치하려 해선 안 될 것입니다. 해마다 각 시민단체나 언론사에서 실시되는 국민 신뢰도 여론조사에서 빠짐없이 ‘꼴찌’를 차지하는 자신들의 처량한 위상을 애써 외면하려 해선 안될 겁니다. 몸 싸움 안하고 욕설 안한다고 해서 국회에 대한 낮은 국민의 평점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완벽한 오산일 겁니다. 지난 17대까지의 국회에서도 이루지 못한 초장기 위법국회의 신기록을 계속해서 경신해가는 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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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0년전 '출동 코끼리 기자' 또 '박병일 기자의 현장출동!' 등에서 맹렬하고 거침없는 시사고발 취재로 이름을 날렸던 박병일 기자는 현재 차장이 되어 정치부 여당팀의 현장팀장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에 이제는 연륜까지 더해진 깊이있는 정치 기사가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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