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없는 영결식'…유가족·산악인 눈물 바다
"산이 좋아 산에 묻힌 K2 산악인들이여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잠드소서..."
히말라야 K2봉(해발 8천611m)을 등정하다 조난당해 희생된 경남.울산지역 산악인 황동진(45) 등반대장과 김효경(33), 박경효(29) 대원 등 3명의 영결식이 16일 경남 김해시 조은 금강병원 장례식장에서 경남산악연맹장으로 거행됐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6좌(8천m급 16개 봉우리)를 완등한 산악인 엄홍길(47)씨와 이인정 대한산악연맹 회장 등 전국 산악인들이 대거 참석한 영결식장은 `영원한 산악인' 3명의 마지막 가는 길을 슬퍼하며 눈물바다를 이뤘다.
조형규 경남산악연맹 회장은 조사를 통해 "어찌 살라고 어린 자녀와 홀어머니를 남겨 두고 무정하게도 훌쩍 먼저 떠났느냐"고 애도하면서 "산에 대한 이들의 열정과 진정한 마음은 우리 가슴에 길이 남을 것이며, 앞으로 유가족의 슬픔과 아픔을 함께 하겠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인정 대한산악연맹 회장은 추도사에서 "황 대장 등 3명은 극한적인 인내와 불굴의 도전정신, 혹독한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그토록 열망하던 K2 품에 영원히 안겼다"면서 "이들의 고결한 정신은 국민의 가슴 속에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당시 이들 산악인과 운명을 같이 한 네팔인 셰르파 2명에게도 심심한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다.
또 울산지역 한 산악인이 잔잔하고 슬픔어린 음악 속에 이들의 넋을 달래는 추모시 `이별'을 낭독한데 이어 황 대장의 친구가 생전의 모습을 그리며 애도하는 노래를 불렀다.
"인생길 끝자락 하얀 나비가 되어 날개옷 입고 천상가시는 님들이시여..청청한 하얀 눈 위 당신들이 누울 자리엔 뙤약볕도 염치없어 회색빛 구름뒤로 숨었습니다. 만년설 속에 피어난 에델바이스를 보며 삶의 이상을 고통 속에서 다시 꽃피우려 했던 그대들이여..저 푸른 산에 온갖 시름 벗어두고 만발한 들꽃 향기 속에서 영원한 평화 누리시길 빌고 빕니다"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슬하에 어린 자녀가 있는 황동진 등반대장과 김효경 대원, 홀어머니를 남겨 둔 박경효 대원의 유족과 친지들은 국화꽃 물결 속의 영결식장에 놓인 영정과 평소 아끼던 산악용 헬멧 등 유품을 보며 오열했다.
특히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3명의 자녀들은 "우리 아빠, 아빠.."를 연신 부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 주변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이날 영결식은 시신을 찾지 못한 상태여서 발인.장지 등의 절차가 생략된 `시신 없는 장례' 형태로 진행돼 유가족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당시 함께 등반했던 김재수 원정대장 등 등반대원들은 입국하기 전 히말라야 추모동산에서 이들의 명복을 빌며 `황동진, 김효경, 박경효, 2008 플라잉 점프 K2 원정대원인 이들을 추모하며 2008년 8월 2일'이라고 새긴 동판을 세워둬 히말라야를 등정하는 전 세계 산악인들이 기억하도록 했다.
이들은 지난 1일 히말라야 K2봉을 등반한 뒤 내려 오던 중 정상 아래쪽 협곡지대인 '보틀넥(해발 8천211m)'에서 얼음기둥 붕괴와 눈사태 등으로 희생됐다.
(김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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