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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아랍을 만나다…'알 자지라' 그리고 카타르

이민주

입력 : 2008.08.14 09:00|수정 : 2008.10.15 01:28

[특파원 시리즈] 이민주 특파원의 앗쌀람! 카이로


중동의 자원 부국 카타르는 여러모로 특이한 나라입니다.

 나라 크기는 경기도 정도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7만불을 훌쩍 넘은 데 이어 올해는 국제유가 상승에 힘입어 8만불을 돌파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외국계 이주노동자를 제외한 본토 자국인들만 따질 경우 1인당 소득은 우리나라의 열배 수준인  20만불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 근원엔 러시아, 이란에 이어 세계 3위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천연가스와 중동 국가 가운데 생산량 6위 규모의 석유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가스와 원유의 상당부분을 카타르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앞으로 최소한 백년은 떵떵거리고 살만한 부국이지만 몇 년 전부터는 이웃 두바이의 성공에 자극받아 개발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두바이의 '팜 아일랜드'를 본 따 4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인공섬 '펄 카타르'를 짓고 있고 2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신도시 '루세일'도 조성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신경 써, 2006년 아시안게임을 개최한 데 이어,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2016년 하계 올림픽 유치에도 나섰고, 2020년 올림픽에도 다시 도전할 포부를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걸프전을 통해 전세계에 이름을 떨친 '알 자지라' 위성방송이 다름 아닌 카타르 왕실의 재정적 후원을 통해 운영된다는 사실도 흥미롭습니다. 알 자지라는 잘 아시다시피 아랍인의 시각으로 중동, 나아가 세계의 이슈들을 전하는 점 외에도 아랍 왕실이나 독재자들의 각종 스캔들과 부패에 대해  거침없는 메스를 들이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우디와 이집트, 모로코 등지에서 지국이 폐쇄되거나 특파원이 투옥되기도 했습니다.

때로 국가끼리의 관계도 삐걱거리기도 하지만 카타르는 알 자지라에 대한 지원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알 자지라를 통해 카타르의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면모를 세계에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입장에서 카타르를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들의 절묘한 외교전략에 있다고 봅니다.

한마디로 '실리위주의 전방위 외교'라고 요약할 수 있는데, 카타르는 모든 아랍국가들이 꺼린 미군 공군기지를 사우디에서 유치했고 아랍의 공적인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들 나라와 적대관계라고 할 수 있는 이란, 시리아 등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 하마스나 알 카에다 같은 강경 이슬람 무장세력에게도 음양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카타르는 각종 테러가 빈번한 주변국들과 달리 테러 안전지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난 2006년 1월 아랍국가 가운데 최초로 UN 비상임이사국에 피선된 이후에는 중동평화협상과 이란 핵, 이라크 문제 등에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더니 몇달 전엔 앙숙관계인 레바논 정파 지도자들을 수도 도하로 불러 모아 합의를 도출해 내 중재자로서의 이미지도 한껏 부각시켰습니다.

이후에도 프랑스가 주도하는 지중해 연합에도 적극 참여해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힘쓰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특정 강대국에 기대지 않고 두루두루 친분을 유지하며 내실을 다지고 있는 카타르의 사례는 주변 강대국들에게 돌아가며 시련을 겪어 온 우리에게 특히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한국 언론을 대표하는 종군기자 가운데 한사람인 이민주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스포츠, 사회부, 경제부 등을 거쳐 2008년 7월부터는 이집트 카이로 특파원으로 활약 중입니다. 오랜 중동지역 취재경험과 연수 경력으로 2001년 아프간전 당시에는 미항모 키티호크 동승취재, 2003년 이라크전 때는 바그다드 현지취재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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