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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도 폭염'에 살인적인 물가…돈 많으면 뭘 하나

이민주

입력 : 2008.08.08 09:23|수정 : 2008.10.15 01:29

[특파원 시리즈] 이민주 특파원의 앗쌀람! 카이로


고유가 시대에 쏟아져 들어오는 오일머니를 활용해 산유국들이 어떻게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지 집중 취재하기 위해 지난달 말 일주일 남짓 일정으로 카타르와 두바이, 아부다비를 다녀왔습니다.

 

대표적인 자원부국들답게 도시 외양은 무척이나 화려하고 깔끔했습니다.

4년 전에 들렸을 때보다 개발이 훨씬 더 많이 이뤄져 선진국 냄새가 물씬 풍겼습니다.

       

그러나...

때는 무더위의 기승이 최고조에 이른 7월 말. 대낮에는 50도가 기본이고 자정 가까운 시간에도 기온은 40도 중반에서 좀처럼 떨어질 줄을 몰랐습니다. 차를 타고 에어컨을 켜면 10분쯤 지나야 겨우 열기가 가시고, 20분이 경과되면 그나마 시원한 기운이 약하게 퍼지기 시작합니다. 실외에서는 가만히 30초만 있어도 땀이 온 몸에 흠뻑 젖어올 정도로 걸프의 폭염은 서울과 카이로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나라 전체가 습식 사우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원래도 더웠지만 특히 본격적인 개발 붐과 함께 열을 식혀주는 지표면이 줄어들고 오히려 열을 흡수하는 콘크리트가 늘면서 기온은 해가 갈수록 올라가는 추세입니다.

해서 몇 년 전부터는 7,8월에 50도를 웃도는 날이 심심찮게 나오지만 기상당국의 공식 발표는 50도를 결코 넘어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세계보건기구가 섭씨 50도 넘는 날엔 일체의 작업을 중단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온 나라가 공사판이라고 할 정도로 각종 건축공사가 활발한 이들 나라로서는 더위 때문에 일손을 멈추게 할 여유가 없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무리는 반드시 화를 불러오는 법! 폭염 속에서 작업 등 야외 활동을 하다 병원 신세를 지는 사람이 하루에도 수십 명에 이른다고 현지 언론은 전하고 있습니다.

두바이가 몇 년 전 그 유명한 인공 섬 '팜 아일랜드'의 빌라들을 분양했을 때 축구스타 베컴을 비롯한 세계 유명인들이 앞다퉈 구매했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지만 투자 목적이거나 겨울철 한두 달 별장으로 쓸 요량인 그네들과 실제 연중 거주를 하려는 입장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무더위와 더불어 걸프국가 거주자들이 겪는 또다른 고통의 근원은 높은 물가입니다. 특히 주택 임대료의 상승폭은 상식선에서 도저히 이해 못할 만큼 터무니없이 큽니다.

두바이 도심에 위치한 원룸 아파트의 월 임대료는 평균이 3백만원선, 전망과 교통이 괜찮은 경우라면 5백만원은 지불해야 합니다.

카타르 사정도 이에 못지 않고 아부다비는 아예 두바이를 추월한 상태입니다.

사람 사는데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 가운데 손꼽히는 것이 날씨와 물가일진데, 제 아무리 외양이 근사하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도 이 두 가지 상황이 최악이라면 거주지로서는 결코 후한 평을 받기 어려울 거란 생각을 취재 기간 내내 떨치기 힘들었습니다.

사실 SBS가 중동지국을 개설하고자 했을 때 후보지 1순위는 두바이였습니다만,  바로 이 날씨와 물가 때문에 제가 카이로를 고집했었습니다.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짧은 출장기간 동안 절감했습니다.

오일머니가 아무리 많아도 날씨를 돈으로 살 수는 없는 노릇이고, 물가 역시 세계 최고수준이니 말이죠...

  [편집자주] 한국 언론을 대표하는 종군기자 가운데 한사람인 이민주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스포츠, 사회부, 경제부 등을 거쳐 2008년 7월부터는 이집트 카이로 특파원으로 활약 중입니다. 오랜 중동지역 취재경험과 연수 경력으로 2001년 아프간전 당시에는 미항모 키티호크 동승취재, 2003년 이라크전 때는 바그다드 현지취재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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