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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여기가 베이징 맞아?" 몰라보게 변한 베이징!

입력 : 2008.08.04 13:26

즐비한 고층건물, 자고나면 새로 생기는 길…옛 명물은 역사의 뒤안길로


"십 몇년전에 잠깐 들른 적이 있었던 베이징 시내에는 소달구지도 다녔고, 자전거 물결이 홍수를 이뤘었는데..."

유럽과 남미에서 오랫동안 주재원 생활을 하다 최근 베이징에서 근무를 시작한 한 대기업 중역은 시내중심가 창안제(長安街)와 그 주변의 주요 도로 변에 즐비한 마천루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인천 공항의 1.5배로 단일 공항터미널 규모로는 세계 최대인 베이징 서우두(首都) 국제공항 3터미널, 축구장 4개가 들어갈 수 있는 국가대극원(국립극장), 공항 수준급의 베이징(北京)남역, 그리고 올림픽 경기장 등 기념비적 건물들을 보면서 50대 중반의 이 한국 남자는 비로소 베이징이 뉴욕이나 도쿄를 바짝 뒤쫓고 있음을 실감했다.

베이징의 변모된 모습에 놀라기는 3년만에 베이징을 다시 찾은 김모 씨(56)도 마찬가지 였다.

고층빌딩과 기념비적 건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것도 그렇지만 새 도로가 너무 많이 생겨서 옛 기억으로는 길을 찾기가 어려웠다. 작년부터 베이징에선 자고 나면 도로가 새로 한 개 생긴다는 농담이 나돌 정도이다.

예전에 베이징 교외 순이(順義)에 있는 휴양지를 자주 찾던 그는 지난 3월 옛 단골 음식점을 찾다가 길을 잃고 한참을 헤맸다. 이 단골 식당은 패인 곳이 많고 먼지가 많이 이는 왕복 2차선의 시골길이었는데 왕복 8차선의 널찍한 고속도로가 뚫려 있었다.

이 부근에 올림픽 조정, 카누 등 수상경기가 벌어지는 올림픽 수상 경기장이 들어선 덕분이다. 도로 양쪽 옆에는 나무 숲이 넓고 길게 형성돼 드라이브 감각을 최고조로 끌어 올린다.

문화재와 옛 상업거리도 재현되느라고 길이 달라졌다. 한국인 이모씨는 작년 9월 모처럼 베이징에 다니러 온 장인.장모에게 첸먼(前門) 부근에 있는 유명한 베이징 오리고기 전문 식당인 취안지더(全聚德)에 가려다 망신만 당했다.

첸먼 일대를 옛날 명.청 시대의 거리로 복원하느라고 공사가 한창이어서 길이 바뀌어 일대를 승용차로 1시간 빙빙 돌다 결국 찾지 못한 것이다.

도로는 물론 지하철도 크게 달라졌다. 현재 베이징에서는 기존의 1, 2, 13호선과 8통선, 올림픽을 앞두고 잇따라 개통된 5, 10호선과 공항선까지 총 7개 노선이 운영되고 있어 시내 명소나 경기장은 대부분은 지하철만으로도 이동이 가능하다. 7년전 56㎞이던 지하철 운행 길이는 200㎞로 늘어났고 역과 지하철이 말쑥하고 깨끗해졌다.

개혁.개방에 가속도를 내고 올림픽을 준비하느라고 세계 최고 수준급의 올림픽 경기장들과 고층빌딩, 기념비적 건물들이 들어서고 새 도로들이 많이 생긴 이면에 베이징의 옛 명물들은 사라지고 서민들은 철거의 아픔을 겪었다.

올림픽 주경기장인 새둥지라는 뜻의 냐오차오(鳥巢), `물입방체'(water cube)라는 별명의 수영경기장 등 올림픽그린의 규모는 서울 올림픽공원 8배에 달하는데 경기장들과 올림픽그린을 건설하기 위해 집을 잃은 시민들이 150만명으로 추산된다.

동네 30여개가 사라졌고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골목길 후퉁’(胡同)도 사라졌다. 베이징의 전통과 역사가 살아 숨쉬는, 좁은 골목길을 뜻하는 후퉁이 개발에 밀려 사라지면서 후통에 맞닿아 있는 전통가옥 쓰허위안(四合院)도 역사의 뒤안길로 자취를 감출 위기이다.

"이름을 가진 후퉁이 3천600개이고 이름 없는 후퉁은 소털처럼 많다(有名胡同三千六, 無名胡同似牛毛)'는 말은 옛 말이 되고 이제 남은 후퉁은 얼마되지 않는다. 쓰허위안은 3천개정도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텐안먼 광장으로 이어지는 동자오민샹(東交民巷), 톈안먼에서 남쪽으로 1㎞ 가량 떨어진 다자란(大柵欄), 베이하이(北海) 공원 건너편 첸하이(前海)와 허우하이(後海) 사이에 있는 후퉁들, 이름도 향기로운 앵도(櫻桃), 양매죽(楊梅竹) 후통을 잘 아는 베이징의 젊은이들은 많지 않다.

(베이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