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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비평] 미국, 독도표기 변경 관련 뉴스

입력 : 2008.08.02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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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립지리원이 '한국령'으로 되어 있던 독도 관련 표기를 '주권 미 지정 지역'으로 변경했다가 한국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표기변경을 취소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7월 31일 SBS 8시뉴스는 "미국의 잘못된 표기를 바로잡음으로써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세계에 분명하게 알리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오늘 뉴스비평은 이와 같은 평가가 적절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SBS 뉴스에 따르면 미국은 독도의 표기를 '주권 미 지정 지역'이라고 변경했다가 이를 취소한 전 과정을 통해 독도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일관된 입장을 천명해 왔습니다. 7월 29일 SBS 뉴스는 표기변경이 미국이 주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 모든 지형들에 대한 문건을 재정리한 것이라는 미국 쪽의 설명을 보도했습니다. 이 설명에는 독도에 대한 한국의 주권 주장을 미국이 인정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이런 미국의 입장은 7월 31일 뉴스로 더욱 분명해 졌습니다. "미국의 입장은 현재는 물론이고 지난 50년 동안에도 변한 적이 없었다"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의 발언이 그렇습니다. 미국의 중립적 입장은 독도의 표기를 변경했을 때나 이를 취소했을 때나 아무 변화가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SBS 뉴스가 평가한 것처럼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세계에 분명히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독도 분쟁에 중립이라는 미국의 기본입장이 부각된 사건이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외교라인의 문제를 비판하는 언론이 둔탁한 편이었다는 점입니다. 비판은 예리한 수술 칼로 환부를 도려내듯이 문제를 엄밀하게 접근할 때 힘이 있습니다. 미국의 독도 표기변경 사실이 알려진 다음 날인 7월 28일 SBS 8시뉴스는 대통령의 지시조차 먹히지 않는 외교라인의 무사안일과 전략 부재가 화를 불렀다고 비판했습니다. 대통령의 지시가 먹히지 않는 사례라고 뉴스가 제시한 것은 장기적이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도 외교부는 보름이 지나도록 변변한 전담 조직하나 만들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이라는 대통령의 지시자체가 너무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준비가 필요한 지시였습니다. 보름 안에 전담 조직이라는 것을 만들었다면, 그것이 변변한 조직이라고 볼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이런 식의 비판은 하기는 쉽지만, 당하는 쪽에서는 억울한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한 주 이명박 정부의 외교라인은 천당과 지옥을 오르내렸습니다. 언론의 보도도 '문책 불가피'에서 '문책 불가'로 널뛰기를 했던 한 주였습니다. 외교라인에 대한 대통령의 태도와 이를 반영하는 청와대 쪽의 발언들이 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뉴스는 쉬운 결론을 내리지 말고 심층 취재와 분석의 도구를 활용해야 합니다.

7월 28일 SBS 아침뉴스는 휴가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의 표기변경 사실을 보고받고 외교라인에 대해 격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다음 날인 29일 뉴스는 청와대가 외교라인에 대한 문책인사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30일 뉴스는 휴가에서 돌아 온 이 대통령이 외교라인에 대한 문책에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날 뉴스는 대통령의 태도가 '격노'에서 '문책불가'로 바뀐 것에 대해 "언론이 오해를 한 건지, 대통령의 생각이 바뀐 건지는 확실치 않다"고 보도했습니다. 너무 쉽게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격노한 이후 이틀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같은 30일 뉴스에 따르면 워싱턴에서는 이미 독도 표기변경을 번복할 수 없다는 미국 정부의 태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었습니다. 워싱턴과 서울의 시차를 감안하면 이 대통령의 태도가 누그러진 것은 미국 정부의 태도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가능해집니다.

SBS 뉴스는 7월 25일 독도 분쟁에 대한 후쿠시마 미즈호 일본 사민당 당수의 입장을 보도했습니다. 뉴스에 따르면 후쿠시마 당수는 독도 문제의 근본적인 계기가 된 지난 2006년 일본의 교육기본법 개정을 비판했습니다. 교육기본법 개정은 학생들에게 애국심을 강요하고 헌법을 개정해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려는 일본 우파들의 책동이라는 것입니다. 한일 간의 첨예한 쟁점에 대한 일본 내부의 '다른 목소리'를 전달한 것은 의미가 있었습니다. 반면에 미국의 독도 표기변경 취소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반응을 전한 31일 SBS 뉴스는 설명이 부족했습니다. 이날 뉴스는 일본 정부가 "한일 두 나라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 준 것에 크게 당황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뉴스는 일본 정부가 당황해 한다는 것은 어떤 근거에서 나온 판단인지를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독도에 대한 지리원의 문건 재정리를 취소한 것일 뿐인 미국 대통령의 결정을 한일 간의 독도 분쟁에 개입하여 한국의 손을 들어 준 것이라는 설명은 뉴스의 지나친 확대해석입니다.

7월 31일 SBS 뉴스는 청와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외교정책 실패 논란을 매듭지을 수 있기를 기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이 독도 표기를 변경하려다가 취소한 것은 분명히 외교적인 노력의 결실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외교정책 전반에 대한 국민적인 비판을 덮어버리는 계기로 삼으려는 것은 정부의 희망일 뿐입니다. 언론은 외교라인에 대해 문제가 제기된 것이 미국의 독도 표기변경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지적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