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방송에서 소개한 전남수씨.
사고로 사시가 심해져 실명했지만 '시력'의 영역이 아니라고 고집하는 보험사.
전씨가 보험분쟁을 겪는 제일 큰 이유는 '시력을 영구히 잃었을 때'라고 써 있는 약관 때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사고로 실명했지만 사고로 시력을 잃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게 보험사측 주장인데요.
그런데 그 다음으로 중요한 문제가 의사들간 진단이 많이 다르다는 겁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이 부분으로 골머리를 앓습니다.
사실 전씨가 최초로 찾아간 안과의원에서 전씨는 '이제 눈을 못 고친다'는 얘기를 들었다는데 보험사 직원이 찾아갔을 때는 의사가 '앞으로 6개월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고 합니다.
전 씨를 지난 2월 검사한 한강성심병원 전문의는 시각기능의 회복이 불가하다고 했지만 지난 4월 검사한 순천향대병원 의사는 '수술하면 사시는 호전될 수도 있다'고 진단합니다.
그런데 전 씨가 '그럼 날 수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전씨측과 말다툼 과정에서 감정이 상한 의사는 수술을 거절했답니다.
한 가지 장애상태나 증상에 대해 의사들의 진단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지난해 9월 방송한 '동영상 9분의 진실'에서는 대학병원 전문의 두 명이 노동능력 100% 상실로 진단한 한 마비환자가 실제로는 마비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한 동영상이 보험사와 저희 취재진 카메라에 잡힌 적이 있는데요,
당시 노동능력 100% 상실을 준 두 전문의들은 '환자가 그렇게 주장하니 마비가 아니라는 마땅한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보험사들은 보험사기로 보는 피해액이 1조원이 넘는다고 주장합니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의사들의 문제점이 개입되는데요.
교통사고 '나이롱' 환자들이 넘쳐나는 병원 의사들도 '허위'까지는 아니지만 '엄살' 진단서를 떼주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요즘 보험사들은 더 나아가서 대학병원 전문의 진단도 의심합니다.
방송에서 소개한 전남수 씨 사례에서 보듯 보험사는 전문의가 끊어준 진단서를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보험사는 자문의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자문료를 주고 가입자가 가져온 의료기록만으로 판단을 요구합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정말 이 환자가 얼마나 아픈 것인지 판단하기 힘듭니다. 의사마다 의견이 다르니까요. 그래서 다친 보험소비자가 과연 얼마나 크게 다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늘상 협상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슬픈 현실이죠.
여러분도 보험에 가입한 뒤 나중에 사고를 당했을 때 '내가 얼마나 다쳤는지' 그 여부와 정도를 둘러싸고 보험사와 협상해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액수가 크다면 소송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정말 줘야 할 만큼만 주려 할 뿐 한 푼도 손해보기 싫어하거든요.
가입자가 옳든, 보험사가 옳든 이 과정 자체가 가입자에겐 대단히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사고와 재해로 장애인이 된 뒤 워낙 액수가 크다 보니 소송까지 간 경우엔 보험사와의 분쟁으로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합니다.
꼭 보험사가 부도덕해서가 아니라 우리 시스템 자체가 보험금은 절대 쉽게 나오지 않는 시스템입니다. 100% 입증을 해야 100% 지급됩니다. 그런데 100% 입증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거죠. 만약 이런저런 사정으로 절반 정도 밖에 입증을 못 하면 혹시 의사들도 의견이 다를 수 있다면 보험금 청구하는 과정이 굉장히 힘들 것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금감원에만 보험분쟁 민원이 만 5천건 정도 되고, 보험사와 소비자간 소송은 연 8천건 가까이 됩니다. 엄청나죠?
만약 제가 사고를 당한다면 저는 보험금을 받기 위해 다음과 같이 노력할 것입니다.
1) 일단 보험 가입할 때부터 약관 내용에 대한 설계사의 설명을 녹음해둔다. 혹은 서류로 남겨둔다. 설계사가 거짓말을 했다면 나중에 보험사와 싸울 때 훌륭한 협상 카드가 된다.(금감원 직원도 설계사와 대화를 녹취하면 도움이 된다고 하더군요.)
2) '증거 수집'은 나의 몫이다. 경찰관이 해주겠지만 그도 사람이므로 100% 신뢰하지 말라. 사고를 당해도 가족을 시켜서라도 현장 증거를 사진 찍어 보관해두고, 목격자를 확보해두라. 나중에 보험사는 '조수석에 있다가 운전석에 앉은 것처럼 꾸몄다' 등등 별의별 의심을 다 한다는 사실을 항상 유의하자.
3) 사고를 크게 당해 타야 할 보험금 액수가 크다면 '소송'까지 갈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라.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와 미리 상담하자. 사고원인이 애매할 경우 보험사는 '소송'을 통해 액수를 크게 줄이려 할 가능성이 크다. 지급할 듯 하다가 몇달이 지나 갑자기 '사기 아냐'라며 보험사의 태도가 바뀌더라도 놀라지 말자.
4) '허위청구'의 늪에 빠지지 말자. 화재보험의 경우 불이 나서 어떤 물품을 잃었는지 구입시 견적서라도 제출하라고 하는데, 실수할 경우 보험사는 '사기'라고 오해할 수도 혹은 몰아붙일 수도 있다. 보험사에 보험금 청구 서류를 제출할 때는 반드시 전문 변호사 등과 한번 더 상의한다.
5) 보험사에서 선정한 손해사정사는 근본적으로 보험사 편이다.(이건 제가 나중에 그 이유를 방송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보험금 액수가 클 경우 별도의 손해사정사를 두는 것이 좋다.
6) 전문의에게 진단서를 끊을 때, 사고와의 연관성이 있는지 여부를 의사들이 피해가지 않도록 꼭 써달라고 얘기한다. 보험금 지급에 필요한 내용이 진단서에 담기도록 전문의에게 최대한 부탁한다.
이밖에도 보헙업계 아는 분께 물어보고 평소에 준비를 해놓으면 좋을 듯 합니다.
◆ [뉴스추적] "누가 거짓말을 하나?" - 보험 분쟁의 진실 다시보기
[편집자주] "사회적 약자들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독하게 취재한다" 하대석 기자는 2004년 SBS에 공채로 입사에 사회부 사건기자를 거쳐 지금은 기자들이 만드는 시사고발프로그램인 '뉴스추적'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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