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청첩장'을 보내 주변 사람들로부터 축의금을 받은 현직 교장을 형사처벌할 수 있을까?
아들이 결혼한다며 가짜 청첩장을 만들어 보낸 광주 모 중학교 양모 교장에게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엄연한 사기죄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도덕적 잣대로 따져야 할 사항으로 처벌까지는 무리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공직에 있을 때 가급적 자녀 결혼 등을 서두르는 사례를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 비춰 물의를 일으킨 양 교장의 심정을 이해할 만 하다는 동정론도 있다.
양 교장이 아들 결혼을 알리는 청첩장을 보낸 것은 이달초. 40여년 교직생활을 하면서 평소 자신이 축·조의금을 전달했던 교직원이나 지인, 학교 교사들에게 350여 장을 돌렸다.
결혼일을 방학이 막 시작하는 날짜로 적당히 잡고 장소도 서울 강남의 모 예식장으로 적었다.
가까운 광주시내의 결혼식장으로 할 경우 하객이 직접 찾아오는 낭패를 피하려는 의도도 담겨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가짜 결혼식 3일 전에는 시내 고깃집에서 가까운 교원들을 상대로 사전 피로연도 열었다.
정작 결혼할 아들만 없었지 결혼식 과정은 여느 결혼식과 다름없이 진행됐다.
50여 명의 학교 교직원과 운영위원, 친목회원 등이 한 사람당 3만-5만 원의 축의금을 건넸고 상조회비 등도 보탰다.
양 교장의 아들 결혼에 굳이 참석하겠다고 지극한 정성을 보내준 일부 교직원들이 직접 찾아가기 위해 예식장 장소만 확인하지 않았어도 이 사건은 그대로 넘어갈 뻔했다.
양 교장이 받은 축의금은 2천만 원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시 교육청은 판단하고 있다 .
청첩장이 가짜라는 사실을 안 일부 교직원들이 이 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에 불만을 표출하자 양 교장은 서둘러 축의금을 되돌려줬다.
이 사건에 대해 최병근 변호사는 29일 "청첩장에 계좌번호를 적는 등 가짜 청첩장을 보내 축의금을 받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짙을수록 사기죄에 가까워질 것"이라며 "그러나 축의금을 품앗이로 여기는 우리 현실에 비춰 처벌할 만한 사안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전남지방경찰청 김영근 수사 1계장은 "범죄가 성립되느냐 안되느냐의 경계선에 있는 상황"이라며 "엄밀히 따지면 범죄가 되겠지만 축의금을 낸 사람 입장에서는 '어차피 줄 돈을 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축의금에 관한 사회 상규 상 엄격한 법률적 잣대까지는 필요치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 김모(34)씨는 "평소 자신이 축·조의금을 냈던 사람에게 보냈다고는 하지만 일반인도 아닌 높은 도덕성을 필요로 하는 교장인 점을 감안하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교육청도 감사가 끝나는 대로 징계를 할 계획이지만 한 달 뒤면 정년퇴직하는 데다 사기죄 등으로 형사처벌되지 않을 경우 신분상 변동이 없는 만큼 징계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한편 양 교장은 40년 이상 재직한 공직자에게 주는 최고단계의 훈장인 황조근정훈장 수여가 취소되고 정년 한 달을 남겨놓고 직위해제 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광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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