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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에 대한 오해? (2)

심영구

입력 : 2008.07.29 18:52|수정 : 2008.10.15 01:21


이: "비영리법인 병원도 사실 개인의원하다 만드는 거다. 영리법인과 별 차이없다."

우: "같으면 그냥 있지 뭐하러 영리법인 하려고 하나, 구멍가게와 주식회사가 같냐."


영리병원=> 영리법인 병원이라고 지난 글에서 적었었죠.

영리법인 병원을 놓고 해석하는 방식이 입장 따라 자연스럽게도 제각각입니다.

위에 두 줄글은, 최근 '영리병원'을 주제로 한 모 토론프로그램에서 이기효 인제대 보건대학원장과, 우석균 보건의료연합 정책실장이 주고받은 설전의 한 대목입니다.

짐작컨대, 의료민영화 논란에 대한 이 원장의 생각은 대충 이런 것 같습니다.

현재도 민간병원이 90% 이상일 정도로 한국 의료는 이미 민영화돼 있다.

(따라서 "의료민영화하려한다"는 식의 주장은 말이 안된다.)

비영리법인 병원도 사실 개인의원하던 의료인들이 법인 만들어서 생긴 병원이다.

(세제 등 혜택이 많다.)

비영리법인도 법률상으론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영리추구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영리법인 병원과 별 차이는 없다.

다만, 자본 조달을 더 용이하게 하자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한 우 실장의 답변은 대강 이런 듯합니다.

민간병원이 90% 이상인 건 맞는데, 지금 상태로도 충분히 영리추구적인데 여기다 영리법인까지 허용하면 더더욱 안된다.

("의료민영화하려 한다"는 주장은 근거있다)

개인의원은 비유하자면 구멍가게인데, 영리법인 병원은 주식회사형 병원을 뜻한다.

구멍가게와 주식회사가 같냐. 그리고 비영리법인과 영리법인이 별 차이가 없으면 왜 영리법인 병원을 하자고 그러냐.

영리법인 병원은 투자자에게 이익을 계속 배당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을 좇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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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법인 병원은 상이한 정치적 입장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있고요,

그 효과에 대한 양쪽 생각도 자연히 다릅니다.

찬성쪽은 자본 투자를 받아 질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즉, 건강보험 수가에만 의존하느라 획일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던 상황에서,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다는 것이지요. 이를 바탕으로 외국인 환자도 유치해 외화벌이도 한다는 겁니다.

반대쪽은 자본 투자를 받게 되면 수익을 내야하기 때문에 서민을 위한 의료서비스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부유한 이들을 위한 서비스만 강화될 것이라고 하죠.

찬성쪽은 국내자본에 의한 영리법인 병원이 허용돼도 제주도에만 국한되기 때문에 혹여나 생길 수 있는 문제점도 대수로울 게 없다고 하지만, 반대쪽은 제주특별자치도 외의 경제 특구에서 형평성을 주장하며 국내 영리법인 병원 설립을 허용해달라고 할 게 명약관화하고, 다른 경제특구까지 허용되면 전국화까지도 금방이라고 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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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청에서는 24,25일, 이틀 동안 도민 1100명을 대상으로 영리법인 병원 도입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를 해 절반 이상 찬성이 나오면 '제주특별자치도 3단계 제도개선안'을 입법예고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대해 제주지역과 보건의료시민단체들은 제주도청에서 여론몰이를 하고 있어 공정한 설문조사가 될 수 없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른다는 걸 거부한다, 고 주장했는데요,

결과는 찬성 38.2%, 반대 39.9%로, 찬성이 50% 미만인 관계로 국내 영리병원 도입 내용은 빼기로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도내 여론이 무르익으면? 다시 추진할 수 있다고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말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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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영리병원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라, 이런 대치 국면이 쉬이 잦아들진 않을 것 같습니다.

경제 활성화, 병원 경영 호전...

이런 쪽보다는 국민 건강권, 치료받을 권리 같은 데 맘이 더 쏠리긴 하는데, 어느쪽이다 하고 판단하고 신념을 갖기엔 여전히 각각의 논리가 상충하며 머릿속을 맴돕니다. ^^;;;

                           

**이미지 사용이 매우 편파적이군요.^^;;

 

[편집자주] 2003년에 SBS에 입사한 심영구 기자는 사회1부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참 넓고 깊고 복잡하고 중요한 분야'라면서 건강하게 오래사는데 도움이 되는 기사를 써보겠다고 합니다. 사내커플로 결혼한 심 기자는 부부가 방송 기자로 활약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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