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영웅들 ② 레슬링] 96 애틀랜타·2000 시드니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 2연패 심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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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아들이 "아름답다"고 한다. 밥을 먹다가도 아들 사진을 쳐다보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눈에 골백번을 넣어도 안 아픈데, 평생 한 번 나가기도 힘들다는 올림픽에서 두 번이나 금메달을 땄으니 사진이 닳도록 바라본들 그 감격이 사라질 수 있을까.
20년 전, 탄탄하고 유난히 날쌘 한 소년이 영락없이 체육 선생님의 눈에 들었다. 어머니의 '아름다운 아들'은 그렇게 레슬링을 시작했다. 소년은 타고난 체력과 승부 근성, 그리고 긍정의 힘으로 자신만의 레슬링 이야기를 만들어나갔다. 마침내 21세기의 길목에서 한국 체육사에 '전설'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그 이름을 새겼다. 한국 선수로서 올림픽 개인 종목 사상 첫 2연패를 달성하고 세계대회를 휩쓴 그랜드슬래머 심권호(36·대한주택공사 코치)다.
심권호가 '전설'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금메달 두 개의 가치 때문만은 아니다.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 심권호가 치른 혹독한 대가가 '전설'의 클라이맥스를 이끌어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을 따면서 심권호는 그랜드슬램 최정상에 오른다. 하지만 정점에서 그는 번지 점프를 해야 할 상황에 놓인다. 바닥을 치고 오르느냐, 아니면 다시 정점을 치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그의 몫이었다. 국제레슬링연맹은 당시 48kg급을 54kg급으로 통합하기로 체급 변경을 결정했다. 48kg급 선수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줄줄이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심권호는 '포기'라는 단어를 애초에 몰랐다. 모두가 "안 된다"고 입을 모아도, 부정적인 말들은 귓가를 멤 돌 뿐이었다. 결국 그는 한 체급 반을 올려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로 결심했다.
하루 5-6시간 입에서 단내가 날만큼 고된 훈련으로 자신을 혹독하게 다스렸다. 한 체급을 올린다는 것은 '몸무게를 6kg올린다'는 단순 수치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한 번도 맞서보지 않았던 다른 세상의 선수들을 들어 올려야 했다. 그리고 들리지 않도록 견뎌야 했다.
한동안은 경기에만 나가면 지고 돌아오기 일쑤였다. 심권호는 "가장 힘든 시절"로 당시를 회상한다. 하지만 실패는 고스란히 경험으로 쌓였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그레코로만형 54kg급 결승전까지 실패와 경험의 계단을 올랐다.
상대는 99년 세계선수권자 라자로 리바스(쿠바)였다. 한껏 물오른 리바스가 경기 전부터 심권호의 심기를 건드렸다. 리바스의 '오만한' 웃음은 심권호에게 오히려 승리를 다짐하는 촉매제가 됐다. "너 올라가서 보자. 한 번만 걸려라" 그는 특유의 승부 근성에 시동을 걸었다.
전설의 클라이맥스에 다다랐다. 심권호는 한 바퀴 옆 굴리기로 2점을 따내더니 내리 세 바퀴를 더 돌리며 8:0을 만든다. 한 바퀴만 더 돌리면 10:0 테크니컬 폴로 금메달이 확정된다. 그런데 잠시 착각이 일어났다. "헉! 8:0이다". 남은 시간은 3분. 세상에서 가장 길고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 "...3,2,1. 금메달이다!"
전설의 클라이맥스는 어머니의 말처럼 아름다웠다. "이제 진정으로 세계 정상에 올랐다"고 그는 당당히 말할 수 있었다. 스스로 원해서 가시밭길을 걸어 눈물로, 땀으로 얻어낸 결실이었기 때문이다.
심권호가 어머니의 대들보이자 한국 레슬링의 대들보라면, 심권호의 대들보는 '올림픽 금메달'이다. 금메달은 곧 자신감이었다. 그는 솔직하게 말한다. "어렸을 때 작고 까무잡잡하고 장난기 많은 아이였는데, 올림픽이 없고 레슬링을 안 했으면 놀림 받기 딱 좋았을 것"이라고.
두 개의 대들보를 지닌 심권호는 이제 뜨거운 가슴으로 레슬링을 말하고 보여주는 사람이다. 2002년부터 8년 때 대한주택공사 코치로 후배들을 가르치는 그의 별명은 '독사' 혹은 '펜치'다. 고집스럽지만, 대들보를 이어가기 위한 그의 집념은 남다르다.
또 한편으로 그는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레슬링 해설위원으로 수많은 어록을 남기며, 레슬링을 가슴으로 말했다. 올해에도 그는 역시 그 열정을 쏟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심권호가 들려주는 레슬링의 전설은 '오랫동안 한국 레슬링 계에 금맥이 이어졌다'는 해피엔딩으로 맺어질 전망이다.
심권호
1990 세계주니어레슬링선수권대회 2위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금메달
1995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선수권대회 금메달
1996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
1998 방콕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2000 시드니 올림픽 금메달
2002~ 대한주택공사팀 코치
※ '올림픽의 영웅들' 전체 영상은 SBS미디어넷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영상제작=SBS미디어넷, 글·편집=SBSi 박성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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