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입장 반영…범죄별 독립 양형기준 채택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사법 불신의 뿌리인 `고무줄 양형'을 해소하기 위한, 귀중하고도 어려운 첫발을 내디뎠다.
법조계 전문가와 민간위원들로 구성된 제1기 양형위는 28일 대법원에서 임시회의를 열어 우리나라에 적합한 양형기준제를 의결했다. 양형기준제의 뼈대가 마련된 것은 지난해 4월 양형위가 출범한 뒤 1년3개월만이다.
양형위는 우선적으로 살인, 성범죄, 뇌물 등 8개 범죄에 대해 개별범죄별 양형기준을 마련한 뒤 적용 대상 범죄를 점진적으로 최종 확정했다.
그러나 이번 마련된 제도는 양형의 일관성을 실현하는데 한계가 있고 일방적으로 법원의 입장만이 반영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양형위원회 출범..사사건건 法-檢 갈등 = 지난해 5월 출범한 1기 양형위원회는 김석수(75.고시 10회) 전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법원ㆍ검찰ㆍ학계 인사 등 13명을 위원으로 임명했다.
양형위는 지난 1년2개월여 동안 모두 9차례 정기회의와 1차례 공개회의 등을 열어 ▲양형기준제 방식 ▲양형인자(재범 여부나 가담 정도, 동기 등 양형을 정할 때 고려하는 각종 요소) 평가방식 ▲양형기준제 적용 범죄와 선정 원칙 등을 놓고 논의를 계속했다.
회의 기간 법원 측은 양형인자 평가 때 판사의 재량권을 존중할 것을, 검찰 측은 양형인자를 계량화할 것을 주장하며 시종일관 대립했다.
◇한국형 양형기준제 마련 = 양형위가 지난 8일 열린 정기회의와 이번 회의에서 의결한 우리나라에 적합한 양형기준제는 범죄유형별로 형량 범위를 세분화한 뒤 양형인자를 특별ㆍ일반인자와 가중ㆍ감경요소로 구분해 양형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방식에 따르면 개별 범죄유형의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고 재판부가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판결을 할 수 있어 양형의 구체적 타당성을 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게 양형위 설명이다.
양형위는 우선적으로 살인, 성범죄, 강도, 뇌물, 위증, 무고, 횡령, 배임 등 8개 범죄 유형에 대해 양형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양형기준 대상 범죄를 점차 늘려가기로 했다.
특히 재벌 총수 등의 기업 범죄와 같은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지나치게 `온정적'이라는 논란을 불식시키려 횡령과 배임을 대상 범죄에 포함한 것이 특징이다.
법원 관계자는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것이 컴퓨터에 의한 재판이 아니다. 이번 선정된 안은 유형화를 통해 예측 가능성과 구체성을 동시에 높였다"고 말했다.
◇개별적 양형기준의 한계와 검찰 반발 = 개별적 양형기준은 사실상 재판부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한 방식으로 검찰의 안과 배치되는 방식이다.
실제로 법원 측이 제시한 안은 범죄 유형별로 형량 범위를 2∼3년 정도의 폭을 제시해 판사가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고 특별 양형인자와 일반 양형인자의 구분도 모호해 양형의 객관성을 보장하는데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고 검찰 측은 여전히 지적하고 있다.
양형위는 이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양형인자의 평가 방식에 대해 "양형인자의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규정을 뒀지만 이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검찰 관계자는 "양형위 설치 목적은 국민의 건전한 상식을 반영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양형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양형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면 양형위는 존재 의의를 상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원 관계자는 "예컨대 살인의 경우 형량 범위와 양형인자, 가중.감경요소 등을 감안하면 많게는 27개 세부기준이 적용된다"며 "현재에 비해 판사의 재량권이 현저하게 축소된다"고 말했다.
◇향후 일정 =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1기 양형위원회 활동 기한은 내년 4월까지로, 이때까지 1차적인 양형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양형위는 오는 10월까지 이번에 결정된 8개 범죄의 양형인자를 선정하고 형량범위에 대해서 연구하는 등 양형기준 초안을 작성할 예정이다.
이어 10∼11월 공청회를 연 뒤 내년 3월 이전에 1차 양형기준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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