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명위원회(Board on Geographic Names.BGN)가 독도를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규정한 데 대해 정부가 이를 바로잡기 위해 최대한 노력키로 해 '원상복구'가 가능할 지 주목된다.
정부는 BGN의 이 같은 결정이 파악된 후 비록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이 되긴 했지만 이를 바로잡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외교부는 신각수 제2차관을 팀장으로 한 '독도 태스크 포스'를 구성, 세계 각국의 독도 오기(誤記)에 적극 대응키로 했다.
또 주미한국대사관은 27일 이태식 대사가 직접 기자간담회를 자청, 독도 관련 표기를 바로잡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밝혔다.
◇BGN 결정, 어느 정도 여파 있나 = '한국 땅 독도'를 졸지에 '주권 미지정 섬'으로 바꿔놓은 BGN의 결정은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BGN은 미국 연방기관으로서 외국 지명과 관련된 결정을 내리면 국무부, 국방부 등 다른 정부 기관들도 이를 중요한 참고자료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 대사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미국내 독도 표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고 유감의 뜻을 표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다른 기관들이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BGN으로선 강제할 수는 없고,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근거도 없다.
문제는 미국 사회의 전통과 분위기다. 미국 사회가 다양성을 존중하긴 하지만 명칭이나 도량형 등에 있어선 '기준의 통일'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비록 '사후약방문'격이긴 하지만 미국내 독도표기를 바로잡겠다고 적극 대응 방침을 정한 것도 이런 시급성과 중대성을 뒤늦게나마 인식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떻게 원상복구할 수 있나 = 일단 이번 독도 표기 관련 결정은 BGN이 내린 만큼 정부는 BGN에 이를 바로잡아 줄 것을 요구할 전망이다.
주미대사관 관계자는 "BGN은 분기마다 회의를 개최하고 있는데, 이의를 제기하면 일단 BGN에서 이를 재검토하게 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BGN이 이미 한번 내린 결정인 만큼 이를 번복시키기 위해선 충분한 자료와 근거 제시,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이 요구된다며 '힘든 숙제'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또 BGN이 주요 결정을 내릴 때는 국무부나 국방부 등 주요기관의 가이드라인을 상당 정도 반영한다는 점에서 국무부, 국방부 등 미 행정부 및 학자들과의 다각적인 접촉과 설득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대사가 "앞으로 국무부 등 미국의 관련 정부기관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 독도가 역사적으로, 국제법적으로 그리고 지리적으로 우리의 고유 영토임을 설명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근거에서다.
이런 노력과 함께 미국내 각 관련기관에 BGN 결정의 문제점을 알리며 일방적, 맹목적으로 BGN을 결정을 따르지 말고 한국의 주장과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수용하도록 하기 위한 적극적인 홍보도 요구된다.
◇"독도 대응 신중하고 냉정해야" = 워싱턴 외교가에선 한국이 독도문제에 대해 너무 과민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한 면이 있다며 신중하고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없는 논란거리'도 만들어내는 등 이슈화공세를 벌이고 있는데 독도를 실효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한국이 과도하게 감정적으로 맞대응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일본의 전술에 말려든 면이 있다는 것.
미 국무부에서 한국과장과 일본과장을 지낸 한반도 전문가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는 최근 한 기고문에서 "한국은 독도를 점유하고 있고, 이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면서 냉정하고 이성적인 대처를 강조했다.
그는 "국제사회는 기본적으로 독도문제에 관여하기는 커녕, 한일간에 그런 분쟁이 있는 지 조차 모른다. 계속 이런 상태를 유지하는 게 한국에는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한국 시위대가 일본 국조인 꿩의 머리를 잘라 일본 총리의 사진에 피를 바르며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외치는 것이 한국인들의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겠느냐"면서 "이런 모습이 독도 분쟁에 아예 관심이 없거나 한국측 입장에 동조적인 대다수 일본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외교소식통은 한국 정치권 일각에서 독도에 해병대를 주둔시키자는 등 강경한 주장이 쏟아졌던 점을 언급하면서 "한국 정치권의 이같은 태도가 오히려 전세계적으로 독도가 분쟁지역임을 광고하는 역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더 나아가 "미국은 한국, 일본과 모두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독도 문제가 계속 쟁점이 된다면 나름대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찾으려 할 것"이라며 "독도를 '리앙쿠르 암(Liancourt Rocks)'으로 바꾼 것도 미국의 이런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결국 한국엔 도움이 안된다" 고 조언했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