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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업 노조, 정권 실세만 'OK ?'

입력 : 2008.07.21 15:52


 #1. 21일 오전 8시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 본관 앞. 김관 노조위원장 등 노조 간부들이 조합원들과 함께 스크럼을 짜고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은행장실을 폐쇄하는 한편 본점 로비에 천막을 치고 최근 정부가 행장으로 임명한 진동수 전 재정경제부 차관의 출근을 막고 있다.

#2. 같은 날 오전 10시 서울 공덕동 신용보증기금 본사에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안택수 신임 이사장의 취임식이 열렸다. 안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효과적인 중소기업의 지원을 위해서 기존 신보의 역할이 위축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개발펀드(KDF) 설립, 신보와 기술보증기금의 통합 문제로 신보의 위상이나 기능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조직원들의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정치인 출신인 안 이사장이 이를 막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뒤이어 단상에 오른 구자군 신보 노조위원장은 "신임 안 이사장 취임을 계기로 노사가 협력해 노력한다면 신보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며 "안 이사장이 새로운 신보를 만들어가는 데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똑같은 낙하산 인사인데도 이른바 '실세'라는 이유로 공개적으로 찬성하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인사에 대해서는 저지 투쟁에 나서는 등 노조들이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안 이사장의 경우 의원 시절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와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했지만 신보 업무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점 때문에 3배수 후보에 들었을 때부터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결국 이사장에 최종 낙점되자 일각에선 18대 총선에서 낙천한 데 대한 '보상 인사'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노조는 반대는커녕 '적극 환영'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금융계의 한 인사는 "안 이사장이 대통령과 가까운 실세라는 점 때문에 앞으로 진행될 금융 공기업 개혁 과정에서 조직의 '구원투수'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수출입은행의 진동수 전 차관은 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낙하산'이긴 하지만 금융 전문관료로 이름이 나 있어 나름대로 국책은행장으로서의 자질을 갖춘 전문가라고 볼 수 있다.

노조가 진 행장을 반대하는 이유는 당초 내부 출신인 김진호 부행장을 밀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김관 수출입은행 노조위원장은 "자행 출신 전문 경영인 행장을 바라는 수출입은행 전 직원의 꿈을 (정부가) 보란 듯이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계 일각에서는 수출입은행 노조의 반발은 전 정권의 관료 출신인 진 행장이 호남 출신으로 정치적 배경이 없는데다 현 정권 핵심부와의 '끈'도 약해 향후 금융공기업 개혁 과정에서 회사의 '바람막이'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