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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원산지표시제 확대에 음식점들 '분주'

입력 : 2008.07.07 15:56

메뉴판 변경·추가…"이런다고 믿겠나" 지적도


쇠고기 원산지 표시 확대 시행을 하루 앞둔 7일 음식점들은 메뉴판을 바꾸는 등 원산지 표시를 준비하면서도 시행령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냈다.

관악구 신림동 한 중국집은 이날 탕수육이나 자장면 등 고기가 재료로 사용되는 일부 메뉴에 원산지 표시를 하기 위해 새로운 메뉴판 제작에 들어갔다.

이 중국집 관계자는 "메뉴판이 10쪽이 넘는데 아예 새로 제작하려면 100만원이 넘게 든다. 잘 보이는 곳에 표시만 하면 된다고 해서 메뉴판 앞에 원산지를 적은 내용을 추가로 덧붙일 수 있도록 인쇄소에 부탁했다"고 전했다.

광진구 구의동에서 김밥 체인점을 운영하는 이모(44) 씨는 "메뉴별로 원산지 표시를 다 하라고 하는데 본사 지침에 따라 가게 벽에 `우리 가게는 국내산 쇠고기와 국내산 돼지고기를 사용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아크릴 판을 붙여 놓는 것으로 대신했다"고 말했다.

신림동 한 분식집 관계자도 "고기가 들어가는 음식은 김밥 등 몇몇에 불과해 우리와는 관련이 별로 없지만 하라는 건 해야 되니 정육점에 물어봐서 (원산지를) 써 붙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서나 학교, 병원 등 집단급식소들도 원산지 표시를 위한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한 경찰서 구내식당 관계자는 "쇠고기는 주로 호주산, 돼지고기는 국내산을 써왔기 때문에 식단표 옆에 표시해 뒀다. 우리는 원산지를 바꾸는 일이 없기 때문에 국이나 반찬 별로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았고 이후에도 일괄적으로 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생활협동조합 직영식당도 이미 구내 게시판에 쇠고기(호주산, 뉴질랜드산)를 비롯해 돼지고기(국내산), 닭고기(국내산), 쌀ㆍ잡곡류(국내산), 장류(미국산 콩) 등의 식재료 원산지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세종대 생활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학생식당의 한 영양사는 "단체급식소의 경우 다수가 이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번 원산지 표시 확대 조치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소 번거롭더라도 손님에 대한 하나의 정보 제공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식당에서 내놓는 반찬과 국 등에 들어간 쇠고기까지 원산지를 밝혀야 하는 이번 조치에 대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많았다.

영등포구 한 중국집 사장 이모(40.여) 씨는 "메뉴판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확실한 지침을 받은 적이 없어 아직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각 음식에 들어가는 고기에 대해 전부 원산지 표시를 하게 되면 식당 입장에서는 매우 번거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우와 호주산 쇠고기를 번갈아 쓰고 있다"는 모 대학병원 환자식당 관계자는 "고기만 따로 팔 일은 없지만 국물도 쇠고기로 우려내고 밑반찬에도 쇠고기가 많이 들어간다. 재료가 바뀔 때마다 메뉴판을 새로 만들어야 된다"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또 "소비자 입장에서도 입원해 있는 사람이 오늘은 어디 산이니까 안 먹고 내일은 어디 산이니까 먹고 이러지는 않을 것 같다. 실제로 그렇게 해도 불편할 것이고 우리 입장에서나 소비자 입장에서나 별로 실효성이 없는 조치 같다"고 지적했다.

광진구 한 김밥전문점 관계자도 "메뉴별로 일일이 다 하라고 하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나 싶다. 어떤 사람들은 아예 `쇠고기가 들어간 건 무조건 안 먹겠다'고 하는데 이런다고 소비자들이 믿을 수 있을 지 잘 모르겠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서울시내 한 음식점 관계자는 "이전에도 원산지 표시 단속을 하면 단속반원들이 와서 식당의 청결 상태를 확인하고 고기의 유통 기한을 확인하는 정도였기 때문에 단속반원이 늘어난다고 해도 그 많은 음식점을 대상으로 정확히 단속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