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전화 번호를 그대로 인터넷전화에서 사용할 수 있는 번호이동제가 119 등 긴급통화시 위치파악이 어렵다는 이유로 도입이 연기됐다.
3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제17차 회의에서 최시중 위원장 등 상임위원들은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도입 여부를 논의했지만 긴급통화가 완벽하게 구현되도록 한 뒤 도입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긴급통화 문제는 화재나 강도 등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일반 유선전화로 119, 112로 전화를 걸면 가장 가까운 소방서나 경찰서 지구대로 연결되지만, 번호이동된 인터넷전화는 위치파악이 안돼 엉뚱한 곳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방통위가 도입을 미루는 근본 이유다.
실제로 지난 5월 캐나다의 한 가정에서 화재가 발생, 인터넷으로 911로 전화를 했지만, 구급차가 전에 살던 주소로 찾아가는 바람에 신고자를 구하지 못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인터넷전화가 요금이 저렴한 것이 장점이지만 자칫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면 혜택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방통위의 이번 결정의 밑바닥에 깔려있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신용섭 통신정책국장은 "같은 통신사업자의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전화에 가입한 사람은 IP추적이 쉽지만 하나로텔레콤 초고속인터넷을 쓰면서 데이콤 인터넷전화를 쓰면 위치추적이 기술적으로 가능해도 개인정보 공유 문제로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위원들에게 설명했다. 이는 방통위가 다양한 변수까지 상정하면서 완벽한 대응을 갖추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방통위는 따라서 긴급통화 문제를 보완한 뒤 다음 회의에서 도입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 긴급통화 문제로 인터넷전화의 번호이동 도입이 연기된 것에 대해 인터넷전화 사업자들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초고속인터넷망과 여기에 연결된 인터넷전화 사업자가 다를 경우 위치파악이 어렵다는 방통위측의 설명에 대해 "납득이 안된다"는 반응이다.
이들 사업자는 긴급통화 시 위치파악은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연결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전화 사업자가 동일하거나 다른 것은 상관이 없다는 주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LG데이콤, 삼성네트웍스, SK텔링크 등 인터넷사업자들은 40억원 가량을 들여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긴급통화 연결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 시범 운영중이다.
이 시스템은 119만 눌러도 해당 지역 관제센터로 연결해주는 `호라우팅 시스템'과 소방서에 전화를 건 사람이 말을 못할 때 소방관이 요청하면 주소를 알려주는 `주소 정보 제공 시스템'으로 구성됐다.
번호이동된 인터넷전화를 가지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한 경우 위치파악이 어려울 수 있지만 이 역시 가입자가 사업자에게 주소를 통보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사업자들이 구축한 시스템은 이달 말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사업자들은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일단 번호이동을 도입하고 문제점을 보완해나가자는 요구를 하고 있지만 방통위는 안전성이 확실히 확보될 때까지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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