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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구급대원 "때리지 좀 마세요"

입력 : 2008.07.03 16:07


"밤늦게 신고받고 출동했다가 환자나 보호자한테 맞으면 일 자체에 회의가 듭니다."

119 구급대원이 구조활동을 하다가 폭행당하는 사례가 매년 증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경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도내에서 발생한 구급대원 폭행사고는 2006년 16건, 2007년 25건에 이어 올해는 지난 5월까지 10건이 접수됐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주로 야간시간대 주취자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폭행사건이 발생한다"며 "그렇다고 다친 사람을 병원에 데려다 주지 않을 수도 없고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가해자가 주로 내세우는 이유는 도착이 늦었다거나 불친절하다는 것.

그러나 "정확한 위치를 밝히지 않아 여기저기 물어가며 가까스로 도착했는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늦었다며 마구 때리는 경우도 있다"고 푸념했다.

A 대원의 경우 환자를 응급처치한 뒤 구급차에 태우던 중 술에 취한 보호자가 다짜고짜 "늦게 왔다"며 구급대원의 얼굴을 때려 입 안쪽이 찢어지기도 했다.

한 구급팀 관계자는 "특히 이송 중 구급차 안에서 갑자기 때리면 차에서 뛰어내릴 수도 없고 고스란히 맞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B 대원은 '만취한 사람이 얼굴을 다쳤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태우고 가다 신호대기로 구급차가 잠시 멈춘 사이 환자가 갑자기 일어나 주먹과 손바닥으로 얼굴을 5차례 때려 고스란히 맞았다.

이러한 사례가 늘자 소방본부는 2006년부터 운전석과 뒷좌석이 분리된 구급차의 경우 CCTV를 설치해 운전자가 뒷좌석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소방본부는 또 지난 1일 구급대원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주취자의 경우 눈빛과 몸동작을 주시하며 행동한다 ▲상대방의 반응을 보면서 언어를 선택한다 ▲펜을 손바닥으로 두드리지 않는다 ▲웃는 표정을 짓지 않는다 등 폭행방지 표준절차 이행을 재차 강조했으나 현장에 나가는 일선 대원들은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대원은 "폭행사건 발생 때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해자와 합의하지 않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공무집행방해죄가 잘 적용되지 않는데다 벌금만 조금 내면 해결되니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원은 "임무 수행 중인 구급대원을 폭행하면 일반 폭행사건보다 더 강력히 처벌하는 등의 법 규정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여성대원의 수가 증가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폭행 사례도 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됐다.

소방본부 측은 "주취자들이 만만하다고 생각해서인지 남성대원이 함께 있어도 옆에 여성대원만 골라서 때리는 경우도 있다"며 다른 지역 본부에서는 야간시간대에는 가능한 한 남성대원을 내보낸다고 하는데 우리는 아직 그런 배려까지는 못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수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