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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동산 여왕, 개들에게 수조원대 유산 남겨

입력 : 2008.07.02 16:42

세계 최대 동물보호재단 탄생 전망


지난해 타계한 미국 부동산 업계의 거물 리오나 헴슬리는 자신의 애완견 트러블에게 1천200만달러(약 126억원)의 유산을 남겨 세간에 화제를 뿌렸다.

뉴욕 맨해튼 유언검인법원은 이후 유언장 작성 당시 헴슬리의 정신이 온전치 못했다는 이유로 유산을 200만달러로 대폭 삭감했다.

그러나 삭감되지 않았다 해도 트러블이 받게 될 유산은 헴슬리가 다른 개들의 안녕과 복지를 위해 남긴 수십억 달러의 재산에는 비할 바가 못 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2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헴슬리는 지난해 50억~80억달러(약 5조~8조원)에 달하는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자신과 남편의 이름을 딴 공익재단인 '리오나 앤드 해리 헴슬리 채리터블 트러스트(HCT)'에 물려줬다.

문제는 헴슬리가 유언장과 별도로 남긴 사명(使命) 선언문이 이 재단의 목적을 '개들을 보살피고 복지를 제공하는 것'으로 한정지었다는 사실이다.

익명의 두 소식통에 따르면 헴슬리는 2003년 처음 이 문서를 작성했을 당시 빈곤층 구제와 개들의 보호 및 복지라는 두 가지 사명을 규정했지만 이듬해 빈곤층 규제라는 첫번째 목적을 삭제했다.

따라서 HCT는 순수한 동물보호재단으로 활동하게 되며, 자산 가액을 최저치인 50억달러로 낮춰잡는다 해도 7천381개에 달하는 미국 내 동물관련 비영리단체 자산총액의 10배를 넘어서 세계 최대 규모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 돈 모두가 개들을 위해 쓰일 지 여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선언문은 수탁자들로 하여금 자산분배 방식에 대한 자유재량권을 인정하고 있어 빈곤층 구제 등 다른 목적으로의 전용이 인정될 여지가 있기 때문.

또 선언문은 유언장이나 재단 관련 문서와 통합돼 있지 않은 별도 문서인 까닭에 법적으로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는 법률가들도 있다.

윌리엄 조지프슨 전 뉴욕 법무장관실 구호국장은 "선언문은 헴슬리의 희망을 표현한 것으로 꼭 법적 강제력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산 사용 방식에 있어 고인의 뜻을 중시하는 미국 판례와 이 선언문이 헴슬리의 재단 설립 목적을 명백히 드러낸 유일한 문서임을 감안할 때 수탁자들이 이를 무시하고 재단 자산을 전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헴슬리는 자신과 남편이 묻힌 가족묘에 트러블을 함께 묻어달라고 유언할 만큼 애견에 대한 사랑이 끔찍했지만 고용인들에게는 가혹했으며 세금을 탈루하기 위해 교도소행을 택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비열함의 여왕(Queen of Mean)'이란 별명을 얻었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