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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 식이장애 환자들은... '상처만'

정영태

입력 : 2008.06.26 19:10|수정 : 2008.06.27 09:35

[취재후기] SBS 뉴스추적 정영태 기자, '162cm, 32kg 더 마르고 싶어요'편 취재를 마치고..


분명히 취재의 출발은 '다이어트'와 '폭식증', '거식증'이라는 단어에서부터였습니다. 그러나 한 달이 넘는 취재 기간 말미에 이르자 정작 중요한 단어는 '상처'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오랜 인터뷰 끝에, 취재진은 식이장애 환자들의 마음 속에 공통적으로 깊은 상처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 상처는 대부분 부모나 형제, 친지, 친구 같은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받은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깊은 상처를 받는다고 해서 모두가 식이장애를 얻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 옆에 있을 누군가는, 우리가 무심히 던진 말 한마디 시선 하나에 쉽게 상처 받을 수도 있다는 점도 분명합니다. 특히나 마른 몸매에 대한 동경이 성별이나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절대적인 가치로 자리 잡아가는 요즘에는, 모두가 공동의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랐습니다.

프로아나(PRO-ANA) 사이트와 관련해 방송에는 미처 내용을 담지 못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뉴스추적의 취재가 시작된 것을 안 일부 프로아나 인터넷 사이트는 카페를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회원들에게 알렸습니다. 사이트 운영자는, 뉴스추적의 취재로 프로아나 사이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될 것이 부담스럽다며 회원들에게 문제가 될 만한 글들을 지우고 당분간 활동을 자제하라고 당부했습니다. 하지만 잠정적인 폐쇄기간을 거친 뒤 다시 비공개 사이트를 열어 회원들에게 알리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습니다.

취재진과 전화 인터뷰를 했던 프로아나 사이트 회원은 프로아나들의 공통점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10대에서 20대 초중반의 여성이 대부분이며, 일이나 공부, 외모, 인간관계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함을 추구하는 성격이라고 말입니다. 대부분 자신의 비밀을 가족들에게조차 말하지 못하기에 회원들끼리 서로서로 상담을 주고받고 때로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친목을 다진다고도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거식과 폭식, 구토를 반복하는 식이장애 증상과 탈모, 위장장애, 저체온증 같은 부작용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본인들은 스스로 식이장애 환자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취재진이 보기에는 이미 심각한 식이장애 상태여서 전문가의 손길이 시급한 걸로 보였습니다.

끝으로 가족들에게조차 드러낼 수 없는 자신의 모습과 속마음을 열어서 보여주셨던 식이장애 환자 여러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결심하기까지는 다들 어려운 고민의 과정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는 식이장애 환자들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에 거의 모든 분들이 공감해 주셨습니다.

특히 채영 양은 자신과 같은 10대 청소년들이 마른 몸매에 대한 무차별한 동경 때문에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어렵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또 극단적으로 거식증에 걸리고 싶어하는 프로아나 현상의 위험성을 취재진에게 일깨워주었습니다. 식이장애 치료에 매진하고 있는 채영 양에게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모든 분들이 하루빨리 식이장애를 딛고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뉴스추적] '162cm, 32kg 더 마르고 싶어요' 다시보기

  [편집자주] 정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