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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관 컴퓨터에 운명을 걸고..' - 러시아 출장기 ⑤

박진호

입력 : 2008.06.25 09:07|수정 : 2008.07.16 21:52

영웅이 된 우주인.. 그리고 사라져간 우주인


인류 최초 우주인이 탄생한 시기, 보스토크 로켓과 우주선 발사,운용에 사용됐던 '진공관 컴퓨터'의 모습입니다.  뒷면에 보면 마이크로 칩 대신, 마치 전구 같은.. 엄지 손가락보다 큰 진공관들이 빼곡하게 배치돼있는데 과연 이 장치를 믿고 우주여행을 떠나면서 어떤 기분이었을지...

아니면 당시에는 최첨단인 만큼 오히려 안도감이 생겼을지 지금으로서는 짐작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당시로서는 상당히 정교한 기계였음에 틀림없습니다.

              

미국 영화 '필사의 도전'을 보면 우주개발 초기 미국 전역에서 선발된 7인의 우주비행사들이 겪는 심리적 고뇌와 불안감, 그리고 우주를 향한 인류의 전진이라는 대명제 속에서 그 속의 개인들은 어떤 운명과 인생을 살아가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국 최초 우주인 선발은 3만6천206명의 열정적인 지원자들과 함께 하나의 국가적 축제처럼 치러졌지만, 체제와 이념의 냉전 속에서 우주개발이 곧 전쟁이었던 그런 시대에는 우주인들은 대부분 군인이었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발사 시스템과 아무도 자신할 수 없는 귀환.. 그것은 하나의 임무였고 기꺼이 목숨을 걸 수 있는 사람들을 필요로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살아 돌아온 그들은 영웅이 됐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잔혹한 운명에 휘말려 사라져간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구소련의 우주개발 초기에 우주인이 지구로 귀환한 곳은 바다가 아닌 육지였습니다.

미국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었죠. 특히 착륙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하강 궤도 중간에 우주인이 귀환 캡슐에서 탈출해 낙하산으로 착륙하고, 캡슐은 캡슐대로 낙하산으로 떨어지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때 우주인이 탄 의자가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고 하는데 사출된 의자를 박물관에 그대로 재현해놨습니다. 실물을 보니 정말 목숨을 건다고 밖에..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인류의 우주개발사에서 우주비행 중에 숨진 사람은 미국이 14명, 러시아가 4명입니다.

미국은 2번이나 발생한 우주왕복선 폭발사고로 많은 우주인들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구 소련에서 발생한 우주관련 인명피해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우주개발을 비교적 공개리에 진행한 미국과 달리 구 소련은 국민들의 일상과 멀리 떨어진 사막의 우주 기지에서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했기 때문이죠.

                      

1960, 70년대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는 폭발성이 높은 액체산소 주입 과정에서 로켓이 폭발해 순식간에 수십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소문처럼 떠돌던 이 사고가 정확히 알려진 것은 수년이 지나고 나서였으니,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이 전시물도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아래는 폭발 잔해에서 발견된 유품과 부속들인데 사고의 참혹성을 짐작할 수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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