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 배커스중학교 8학년에 다니는 데이빗, 데이본 쌍둥이 형제는 등굣길이 즐겁지 않다. 느릿느릿, 한 걸음씩 옮기는 뒷모습엔 책가방조차 없다. 맨 손에 든 책 한 권이 학교 가는 길의 전부. 수업은 물론, 학생들에게 관심이라고는 전혀 없는 선생님들이 이들 형제를 학교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이 학교는 작년 6월 취임한 워싱턴DC 새 교육감 미셸 리(한국명 이양희)의 개혁정책에 의해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폐쇄된다. 학교가 문을 닫는 것에 대해 쌍둥이 형제는 물론, 어머니도 섭섭해 하기는커녕 반기는 기색이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 않는 학교에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는 그 이름에 걸맞지 않게 공립학교의 학업수준이 전 미국에서도 최하위다. 1년에 학생 한 명당 지원하는 예산이 13,000달러로 미국에서 상위에 속하지만 그동안 대표적인 공교육 실패지역이란 오명을 갖고 있다.
지난 10년간 6명의 교육감이 바뀔 정도로 교육 정책은 혼선을 빚었고, 위원회 형태로 운영되어오면서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작년 워싱턴DC 시장에 선출된 에이드리언 펜티가 선거 공약으로 교육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울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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