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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류수입업계 '자율규제 결의' 효과와 전망

입력 : 2008.06.20 17:33


육류 수입업계의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자율규제 결의 성명이 20일 오후 발표됐다.

한미 당국이 이날 쇠고기 수출입 협상을 사실상 타결한 데 맞춰 결의에 동참한 업계의 공식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수출업계가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출 자율규제 결의 수준을 높이고, 한미 당국이 이를 실효성 있게 보증하는 안전핀만 꽂는다면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출입은 원천 봉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가 가능하게 됐다.

업계는 이미 지난달 여론 흐름과 판매난을 의식해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30개월령 이상은 수입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고, 이를 공식화하기 위해 이 달초부터 각 업체의 자율결의 서명을 받아왔다.

이번 발표를 주도한 가칭 한국수입육협의회(임시회장 박창규 에이미트 대표)는 서명한 업체 수가 120곳이라고 밝혔다.

정확한 통계를 잡기는 어렵지만 미국산을 포함한 외국산 육류(쇠고기·돼지고기)를 수입하거나 유통하는 업체 수는 최소한 600여곳에 달한다는 게 협의회의 전언. 이 가운데 작년에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한 업체는 58곳이고, 그 이전에 수입했거나 앞으로 수입할 계획을 갖고 있는 업체는 12군데로서 모두 70개 업체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돼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서명 참여업체의 규모는 전체 외국산 육류 수입.유통업체의 규모에 비하면 크지 않지만,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유통해온 업체들이 대부분 참여했다는 협의회의 설명대로라면 상당한 결의수준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오히려 '앞으로가 문제'라는 시각도 많다. 지금까지 미국산 쇠고기를 취급하지 않아온 업체들이 향후 '광우병' 여론이 가라앉고 수요가 늘어날 경우 언제든지 미국산을 취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창규 회장은 결의에 불참한 대기업 등 관련 업체들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여론이 진정되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업체들이 결의를 위반할 경우 제명하고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시 검사불합격과 반품, 폐기조치를 하도록 정부에 요구하기로 했다며 '대책'을 밝혔다.

협의회는 특히 미국산 쇠고기 전문 수입.유통업체 70곳이 차지하는 수입물량이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대기업은 15%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에 30개월령 이상 쇠고기가 들어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육류수입업계는 유통 경로를 문서 등 기록으로 남기는 '유통이력제' 도입을 통해 국민의 '식탁 안전'을 도모하는 한편 검역원 등 정부당국의 정밀검역에 앞서 민간 자체검역을 선행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결국 "업체들을 어떻게 믿느냐"는 소비자 불신을 최소화하고 적어도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만큼은 확실히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그러나 지금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땅에 떨어져있고, 대형유통업체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당분간 판매하지 않은 채 여론 추이를 살피면서 판매 여부를 저울질하겠다는 태도여서 업계의 이런 의지가 얼마나 호소력을 가질지는 두고볼 일이라는 지적도 많다.

여기에 30개월령 이상 보다는 월령에 관계없는 광우병 위험물질(SRM)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는 점, 홈에버와 같은 대형유통업체에서마저 미국산이 호주산으로 둔갑하는 사례가 있었다는 점 등도 업계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원산지 표시 관리에 구멍이 생기면서 일선 식당과 유통망 등에서 미국산이 다른 국가산으로 둔갑하는 일이 다반사로 생기거나 SRM이 수입될 경우 미국산 쇠고기의 소비 위축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업계 일각에서 미국 정부가 자국내 수출업계가 30개월령 미만만 수출하도록 보증한다 해도 수출업체들의 도축 과정이 이를 담보할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 경우 한국쪽의 수입 안전장치가 아무리 확고하다 하더라도 아무런 실효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수입업계의 한 관계자는 "월령을 완전하게 통제해 수입하려면 소가 태어났을 때부터 코드를 붙여 사육, 양도·양수, 도축, 유통 등 전체 과정을 전산 관리하는 이력추적 시스템이 갖춰져야 가능하지만 현재 미국에서 그런 시스템을 운영하는 도축장은 10% 미만이라는 추정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자율규제 방식은 정부에서 할 일을 민간업자들에게 떠넘기는 조치"라며 "수입업자들끼리 자율적으로 규제한다고 했다가 30개월령 이상 물량이 섞여 들어오거나 이를 골라서 수입하는 업체가 생기면 업계 전체가 타격을 입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창규 회장은 "미국 수출업체들이 월령 표시를 한다고 했고,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고, 업계의 다른 관계자도 "미국 업계는 정부당국 검사반의 현장감독 아래 도축 전 치아검사 등 과정에서 30개월령 이상 소를 가려내고 도축 후 냉장창고에 별도 보관하고 있다"면서 "충분히 안전성 확보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