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18일 전략기획실 해체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건희 회장 등 그룹 수뇌부들에 대한 불법 경영권 승계, 조세포탈 혐의 재판이 속속 진행되자 겉으로는 차분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여론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정중동' 행보를 보였다.
삼성은 이 회장, 이학수 전략기획실장(부회장), 김인주 전략기획실 차장(사장) 등 8명에 대한 공판이 재개된 데 대해 공식 논평이나 대응을 하지 않은 채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삼성은 또 이달말로 예정된 전략기획실 해체와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진행상황이나 전략기획실 해체후 그룹 차원의 경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해말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시작된 '삼성 사태'를 바라보는 따가운 국민 시선을 의식해 최대한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그러나 '삼성 재판'이나 전략기획실 해체에 대해 적극적인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이와 관련한 여론의 동향에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재판의 1차 공판이 있었던 이달 12일 이 회장이 "모두 제 불찰이고 책임은 제가 다 지겠다"고 말하면서도 주요 혐의는 전면 부인하는 듯한 인상을 풍긴 데 대한 여론의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
모두진술과 달리 "책임진다고 유죄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죄가 되면 책임지는 것이고 죄가 안되면 책임 안지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한 이 회장의 발언은 자칫하면 조세포탈이나 경영권 승계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며, 이에 대한 처벌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받아들여져 자칫하면 여론의 거센 비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의 변호인은 조준웅 특별검사의 공소사실을 항목별로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주요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또 일부 삼성 관계자들은 삼성생명 주식 차명 관리에 대해 과거 정부의 소유분산 정책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취해진 조치이며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배정도 당시에는 재계에 비일비재했던 일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라며 현재의 잣대로 이를 처벌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견해를 여전히 갖고 있다.
삼성은 전략기획실 해체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진행사항을 대외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
삼성은 다만 전략기획실 해체 여부에 대한 국민 반응을 의식해 "경영쇄신안 발표때 약속한 사항은 반드시 지킨다"는 차원에서 지난 4월 특검 조사 결과 뒤 발표했던 경영쇄신안의 실행 사항을 이달말 밝힌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마지막 사장단회의가 열리는 이달 25일 전략기획실 해체와 관련한 사항, 향후 계열사 사장단이 참여하는 그룹 경영 협의체 성격인 사장단협의회의 운영 방식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은 12일에 이어 18일에도 이 회장의 재판정 출두에 그룹 경호인력을 배치하지 않았으며 언론 취재 경쟁을 감안해 홍보담당 직원들만 3-4명 현장에 내보냈다.
삼성은 '삼성 사태'와 관련해 포괄적으로 도의적 책임을 인정하는 모습을 취하면서도 구체적인 혐의사항에 대해서는 철저히 법리를 따져 무죄를 주장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관측되며 조준웅 특검측과의 법정 공방 양상은 이런 입장에 대한 국민 여론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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