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원론적 언급", 야당·네티즌 "여론 통제하나"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인터넷의 부정적 기능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인터넷의 역기능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관련 정책의 변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넷 경제의 미래'에 관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장관회의 개회식에 참석, 환영사를 통해 "지난 10년 간 인터넷이 전 부분에서 창조와 변화를 가속화해왔다"고 긍정평가한 뒤 "(그러나) 인터넷의 힘은 신뢰가 담보되지 않으면 약이 아닌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익명성을 악용한 스팸메일, 거짓과 부정확한 정보의 확산은 합리적 이성과 신뢰까지 위협하고 있다"고도 했다.
요약하면 인류사회 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인터넷의 순기능을 100% 인정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결코 적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합리적 담론에 대한 문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물질적 풍요로서의 선진국은 모르겠지만 정신적 지성 측면의 선진국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인터넷이 소통뿐 아니라 (무분별한 의혹 확산을) 자제하는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이 세상의 어떤 문화도 빛과 그림자가 있듯이 인터넷 강국시대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보여주는 일들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면서 "불안과 과도함에 따르는 부작용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의 이런 문제 의식은 사이버 공간이 최소한의 규제장치도 없이 방치되면서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실제 청와대는 '쇠고기 파동'만 해도 정부가 잘못한 점이 분명 있지만 인터넷 상의 '근거 없는' 광우병 위험 주장과 허위 사실이 국민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측면이 적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촛불시위의 단초를 제공했던 모 방송사의 보도 내용이 왜곡, 과장됐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결과가 오늘 나왔다"면서 "광우병으로 죽지 않았는 데도 마치 광우병으로 죽은 것처럼 오인할 만한 보도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된 측면이 있다"고 역설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당장 인터넷의 역기능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모색 중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민감한 이슈인 데다 자칫 '여론통제'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민심이반을 한층 더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청와대는 "오늘 회의의 주제가 인터넷의 미래이기 때문에 그런 원론적인 얘기를 한 것"이라며 정치적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창조한국당 등 야당은 "인터넷 여론통제를 즉각 중단하라"며 반발하고 나섰고, 네티즌도 "국민의 목소리를 스팸메일과 동일선상에 놓고 있다", "옛날처럼 막 밀어붙이고 언론은 통제하려고 하나"는 등의 비판 글을 쏟아내고 있어 당분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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