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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욕 먹어보니 진정성 전해지더라"

입력 : 2008.06.15 19:26

이 총재와 1시간30분 독대, 손 대표 10분과 대비


이명박 대통령과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의 15일 청와대 오찬 회동은 낮 12시부터 총 3시간 30분 가량 '마라톤'식으로 이어졌다.

먼저 2시간 30분의 공식 회동이 있었고, 두 지도자는 그 후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과 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을 불러 1시간 가량 대화 내용을 직접 구술했다.

지난달 20일 이 대통령과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간 회동 당시 두 사람만 따로 있던 시간이 10분 안팎에 그쳐졌던 점에 비하면 큰 대조를 보인 셈이다. 그 때문에 이날 두 지도자간 대화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내 녹지원 앞에서 이 총재를 맞은 뒤 회동 장소인 상춘재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단둘이 산책하는 등 깍듯한 예우를 갖췄다.

최근 이 총재의 면담 요청이 두 차례 불발된데다 이 총재가 한나라당 총재를 두차례 역임한 점을 감안한 이 대통령의 각별한 의전인 것으로 보였다.

배석자 없이 진행된 1시간 30분간의 독대는 쇠고기 문제와 인적쇄신, 양극화와 사회통합 등 정국현안 전반에 걸쳐 논의가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과의 회동 관례에 준해 회동 후 대변인들의 발언록 정리 과정에 직접 참석하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발언록 정리는 주로 이 총재가 대화 내용을 전달하고 중간중간 이 대통령이 보충할 부분에 대해 코멘트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이 대통령과 이 총재는 비록 '쇠고기 해법'에 대한 최종 합의점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원내에서 쇠고기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정책별로 협조하기로 한 점 등 일정부분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기분좋게 첫단추를 풀었다.

이 대통령은 이 총재를 보자마자 "오늘 젊어 보이신다. 일요일날 이렇게 뵙게 돼 반갑다"고 분위기를 띄운 뒤 상춘재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면서 "오늘 제일 좋은 날이다. 예전에 빌 게이츠는 왔었지만 내국인이 이렇게 오솔길을 함께 걷는 것은 처음이다"라고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청와대 류우익 비서실장과 박재완 정무수석, 이동관 대변인, 그리고 선진당 임영호 비서실장, 박선영 대변인이 배석한 가운데 이뤄진 오찬에서는 날씨 얘기와 시국 현안 등에 대한 환담이 오갔다고 이동관, 박선영 대변인이 전했다.

메뉴로는 게살 전채와 생선 죽, 전복찜, 굴비구이, 만둣국, 아이스 홍차, 멜론 주스 등 퓨전 요리가 올려졌다.

오찬 중에 박선영 대변인의 가시돋친 논평이 화제에 오르면서 이 총재가 이 대통령에게 "그동안 박 대변인 논평이 많이 아프셨지요"라고 운을 떼자 이 대통령은 "내가 욕을 얻어먹어 보니 (비판하는 사람들의) 진정성이 전해지더라"고 피력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제가 박 대변인 팬입니다"라는 농담도 던졌다는 후문이다.

이 총재는 오솔길 산책에서 이 대통령에게 회담 요청 불발에 따른 유감을 언급한데 대해 오찬에서 재차 이 얘기를 꺼냈으며 청와대측은 이에 대해 정중히 사과했다.

이 총재가 "조금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이 대변인이 '야 3당 공조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총재만 만날 수 있겠느냐'고 말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했다"며 짚고 넘어가자 이 대변인은 "죄송하다"며 "제 불찰이었다"며 공식 사과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