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군형법상 추행죄는 형법과 판단기준 달라"
형법 등에서 말하는 '추행'과 군형법상 '추행'은 의미와 판단 기준이 다르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A(29) 대위에 대한 상고심에서 군형법상 추행 및 가혹행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인정하고 폭행치상·상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만 인정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A대위는 지난해 소속대 행정반에서 B상병에게 '돼지'라고 놀리며 젖꼭지를 꼬집어 잡아당기는 등 중대원 3명의 가슴을 비틀거나 손등으로 성기를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또 소속 중대원의 정강이를 전투화를 신은 발로 차고 30분 이상 '엎드려 뻗쳐'를 시키는가 하면 직무와 상관없이 자신의 전투화를 닦게 하거나 돈도 주지 않고 간식을 사오게 한 혐의 등도 받았다.
보통군사법원은 모든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고등군사법원은 추행 및 가혹행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고등군사법원은 추행 혐의에 대해 "장소가 중대 복도나 행정반 사무실 등 공개된 곳이고 다수인이 왕래하는 상태였으며 피해자도 불특정 다수인 점 등에 비춰 피해자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거나 이러한 행위가 일반인의 입장에서 성적 수치심 내지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군형법 제92조의 추행죄는 '계간(항문성교) 등의 추행을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만 규정한다.
대법원은 "군형법의 추행죄는 군대의 성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제정된 조항으로 항문성교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애 성행위 등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성적 만족행위로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형법 등에서 말하는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개인의 성적 자유'를 보호하고자 하지만, 군형법의 추행죄는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을 보호한다고 의미를 다르게 봤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은 군형법상 추행과 형법 등에서 말하는 추행의 의미를 같은 것으로 오인해 다소 부적절한 점은 있지만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비정상적인 성적 만족 행위로 보기 어려워 무죄를 선고함이 정당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대원에게 30분간 '엎드려 뻗쳐'를 시킨 행위는 육군 얼차려 규정 시행지침에 고통이 더 심한 '팔굽혀 펴기'를 포함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가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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