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째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긴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쇠고기 문제에 돌파구가 마련되고 있다.
7일 저녁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에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가 수출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미국의 '구체적 조치'에 어느 정도의 내용이 담길 것인지는 아직 단정하기 힘들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직접 '구체적 조치'를 언급한 것은 지난달 '30개월 이상 수입 자율규제'에 대한 한나라당의 요청에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부정적 입장을 밝혔던 것이나 지난 3일 우리 정부의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중단 요청에 백악관이 '우려'를 표명했던 것에 비하면 미국의 자세가 좀 더 유연해졌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측도 그만큼 한국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주에는 우리 정부가 쇠고기 해법으로 내놓은 한.미 양국 쇠고기 수출.수입업자간 자율규제 선언이 모색될 것으로 보여 쇠고기 문제가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 美 '30개월 구분표시' 가능성 거론
8일 정부 당국과 민간업계에 따르면 전날 양국 정상간 통화에서 한 부시 대통령의 약속을 미국측이 지키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30개월이상 쇠고기의 한국 수출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30개월 기준의 월령표시(라벨링)를 통해 한국 수입업자가 30개월미만만 골라가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4월18일 합의한 새 수입위생조건에서 30개월이상 쇠고기가 허용된만큼 미국 정부가 이를 뒤집고 공식적으로 다른 규정을 만들어 수출 자체를 막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더구나 미국 정부로서는 민간 자율 규제에 직접 개입하면 국제무역기구(WTO) 등의 통상규범 위반을 감수해야하고, 한국 수출을 위해 검역시스템 자체를 바꿔야하는 부담도 있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비공식적으로 쇠고기 수출업계를 설득해 한국행 쇠고기에 모두 30개월이상 월령 구분표시(라벨링)를 하도록 지도하고 이 같은 내용의 결의문을 이끌어내는 수준의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업계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육류수출협회(USMEF) 차원의 보증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민간 결의에 대한 미국 정부 차원의 보장은 굳이 문서가 아니더라도 부시 대통령의 구두 약속으로 충분하다는 게 우리 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미국 쇠고기 업체들이 월령 구분표시와 '30개월 이상'의 대(對)한 수출 자율규제에 동의한다고 해도 미국측이 이력추적 시스템을 완전히 갖춘 게 아니고 우리측이 도축장 승인권이나 조사권 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30개월 이상'의 반입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정부도 '자율규제'의 실행력을 담보할 '사실상의 강제조치'를 염두에 두고 있다. '30개월 이상'이나 월령 구분표시가 없는 쇠고기는 검역 과정에서 반송 또는 폐기하는 방안이다.
이는 분명 모든 월령의 모든 식용부위를 수입대상으로 규정한 한.미간 '4.18 쇠고기 합의'에는 배치되는 것이나 양국 업계가 '30개월 이상'을 사고팔지 않기로 했다면 이 합의의 실행력을 뒷받침하는 조치로 쓸 수 있다는 게 정부측의 시각이다.
◇ 양국업계 결의가 분수령
청와대와 정부는 그간 "재협상은 없다"고 거듭 선을 그으면서도 한.미간의 쇠고기 협의결과에 "재협상에 가까운 내용이 담길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또 부시 대통령의 '약속'에 따라 현재 정부의 지원하에 양국 쇠고기 수출,수입업계가 추진하는 자율결의가 이번 주중 추진되고 있어 조만간 '재협상에 가까운 내용'의 구체적 형태가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는 10일을 전후해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촛불집회' 등의 반발기류가 빠른 속도로 수그러들 것으로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
'자율규제'가 아무리 강력하다해도 기본적으로 재협상을 통해 '30개월 이상 수입금지'뿐 아니라 도축장 승인권 등을 포함하는 수입위생조건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을 요구하는 민심의 '눈높이'에 맞을지 여전히 의문이기 때문이다.
지난 6일부터 시작된 '72시간 촛불집회' 는 양국 정상의 통화소식이 알려진 뒤인 8일 오전까지도 격렬하게 이어졌다.
'재협상'을 등원조건으로 제시한 통합민주당 등 야당 역시 양국 정상이 전화통화에서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를 수출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데 대해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하면서 즉각 재협상에 착수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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