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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5일 형식은 다를지 몰라도 재협상과 같은 결과가 나오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날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 수출중단이라는 미국 민간업계의 자율 결의가 나오더라도 국민이 이해하지 않으면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결과면 왜 굳이 재협상을 피하려 하는지, 국민이 이해한다는 건 무슨 뜻인지, 알아듣기 어려운 말입니다.
두 사람의 애매한 말들은 대다수 국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재협상은 피하면서 민심을 수습한다는, 두 마리 토끼 잡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웅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쇠고기 문제를 보도하는 언론이 이 사실을 철저히 인식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난 5월 29일 SBS 8시뉴스는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고시를 전격 강행함으로써 "한미양국의 행정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이에 따라 당장 다음 달부터 미국산 쇠고기의 국내 유통이 시작된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6월 3일 발간하는 관보에 장관고시를 게재하는 절차를 남겨두고 있었으며, 정부가 이 마지막 단계에서 주춤거릴 만큼 촛불시위의 압력이 강했습니다. SBS 뉴스의 이날 보도가 시민의 저항을 가볍게 본 안이한 전망이라는 사실은 곧 드러났습니다. 장관고시 발표이후 촛불시위가 더욱 확산되자 정부는 지난 2일 쇠고기 고시의 관보게재를 보류했습니다.
다음 날 정 장관은 고시의 보류를 공식발표하면서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를 수출하지 말라고 미국 측에 요청했으며, 미국 측의 답신이 올 때까지 고시와 검역을 유보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발언이 한미 정부 간의 재협상이 아니라 민간 자율규제를 의미한다는 것은 곧 드러났습니다. SBS 뉴스가 지난 3일 잘 지적한대로 자율규제는 쇠고기의 수출 수입업체들이 이를 지키지 않더라도 제재할 근거나 방법이 없다는 점과 미국산 쇠고기가 30개월 이상인지 이하인지 명확히 검증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더욱이 자율규제조차 미국 측은 한시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뉴스는 스스로 제기한 이 질문에 대해 30개월 이상 쇠고기 물량은 전체 수출의 5%밖에 안 되기 때문에 미국 쇠고기 수출업자들이 수출자체가 무산되어 95%의 시장을 잃으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정부쪽의 지나친 낙관론을 가져와 대답했습니다.
미국에서 도축되는 소 가운데 30개월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5%라고 하여 수입이 허용되었을 때 한국시장에 들어 올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역시 5%일 것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추정입니다. 가격정책에 따라서는 한국시장에 깔릴 미국산 쇠고기의 대부분이 30개월 이상일 수 있다는 극단적인 추정도 가능합니다. 뉴스는 쇠고기 고시 문항을 고쳐 강제할 수 있는 재협상과 언제든지 폐기할 수 있는 자율규제가 같은 결과를 낼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해야 합니다.
지난 3일 SBS 뉴스는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를 고수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은 원래 분명했고, 일본과 대만 등 주변국들도 연령제한을 고수하고 있는데, 정부가 협상에서 이를 관철하지 못한 것은 결국 '협상력 부재'였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문제는 잘 분석했는데 결론이 엉뚱하게 흘러버린 보도였습니다. 협상력의 부재를 강조하는 것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정부최고책임자가 아니라 하부 교섭실무진에게 떠 넘겨버리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날 뉴스는 촛불집회 진압에 쓰인 물대포가 안전하다는 경찰의 주장을 뒤집는 실험결과를 보도하여 주목을 끌었습니다. 뉴스는 4일 서울경찰청이 시위대 해산에 물대포와 특공대까지 동원한 것은 어청수 경찰청장의 질책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가 "청와대를 사수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입니다. 청와대를 누구로부터, 그리고 어떤 위험으로부터 '사수'하라고 한 것인지 뉴스는 질문해야 합니다.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그에게는 경찰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적으로 보였는가를 물었어야 합니다.
지난 5월 30일 SBS 뉴스는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평균 경유 값이 사상 처음으로 휘발유 값을 추월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국제시세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경유가 휘발유보다 낮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경유 쪽에 유리한 세금정책 때문이었습니다. 휘발유와의 격차는 많이 줄었지만, 경유에 유리한 세금체계는 아직도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날 뉴스에 따르면 경유에 붙는 세금은 리터 당 647원으로 경유가격의 34%이지만, 휘발유 세금은 859원으로 휘발유 가격의 절반가까이 됩니다. 휘발유와 경유가 모두 같은 원유에서 정제되어 나오는 것이니, 원유가격 상승의 영향도 꼭 같이 받습니다. 그런데 왜 경유 값이 더 가파르게 올랐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 의문은 뉴스가 대답하지 않는 것일 뿐, 대답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경유 값이 휘발유 값을 추월한 것은 경유를 더 비싸게 팔 수 있는 해외시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해외시장에서 더 비싸게 팔수도 있는데 어느 정유사가 국내에 싸게 팔려고 하겠느냐는 것입니다.
SBS 뉴스는 이와 같은 구체적인 분석은 없이 막연히 경유의 수급불안을 걱정하는가 하면, 정유사들의 고통분담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정유사들이 고통을 분담할 생각이 없는 것은 경유 값을 생산원가가 아니라 높은 국제가격에 연동시켜 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고통분담까지 갈 것도 없이 정유사가 이윤폭의 합리적인 조정에만 동의해도 경유 값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뉴스가 바로 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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