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개봉작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작인 [쿵푸팬더]를 아직 못 봤습니다. 기자시사와 평일 오후 일반시사, 두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놓쳤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는 앙꼬 없는 찐빵 같지만 앙꼬 외 밀가루 반죽 부분이 맛있는 찐빵도 있을 수 있다는 식으로 넘어가려 합니다. [쿵푸팬더]의 재미가 있냐, 없냐라는 질문에 없다라는 소수의견은 거의 없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말장난해서 죄송합니다.)
걸 스카우트(감독:김상만, 주연:김선아, 나문희, 이경실, 고준희, 15세 관람가)
서울 변두리쯤으로 짐작되는 서민들이 모여 사는 봉촌3동, 미술학원 봉고차를 몰며 살아가는 30대 미경(김선아), 백수 아들을 쩔쩔매며 모시고 사느라 마트에서 젊은 상사한테 눈칫밥 얻어먹어가며 고된 하루하루를 사는 6,70대 이만(나문희), 두 아들 남부럽지 않게 키우겠다며 인형 눈알 붙이기 등 닥치는 대로 돈버는 40대 봉순(이경실), 프로골퍼를 꿈꿨지만 아버지 사업실패로 사채업자한테 ?i기며 캐디로 일하는 20대 은지(고준희), 이들 네 여성들은 미용실 원장 혜란(임지은)이 곗돈을 떼어먹고 달아나는 바람에 쫄딱 알거지가 될 신세에 처합니다. 민생치안에 바쁜 경찰이 나서서 원장 잡아 쳐 넣고 떼인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고 미경이 주도해 셀프 추격전에 나섭니다.
코믹이나 신파를 최대한 절제한 점은 이 영화의 특징인데 약이냐 독이냐는 평가가 엇갈리는 것 같습니다. 네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참 좋습니다. 원톱 단독 주연으로 해도 투자에 노 프라블럼인 배우 김선아가 이런 영화를 선택한 것도 의외이면서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구요. 네 여성 주인공들이 각각 개성이 살아있고 또 쳐지거나 튀지 않고 균질하게 시종일관 유지되는 면에서 성공적이구요. 대사들도 어색한 면을 좀처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입에 짝짝 맞더군요. 서민 중에서도 형편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애환을 밑바닥에 깔고 추격전이라는 사건으로 외피를 삼았습니다. 장면 전환때 선택된 여러 기법은 영화의 리듬 내지는 운율을 독특하게 끌고가는 기능을 하며 인상적이었는데 어떤 장면에서는 불필요하다 싶은 느낌도 듭니다.
뭐 세대를 초월한 계급적 연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들이 궁지에 몰릴 때는 안타까워하고 한방 날릴 때는 쾌감을 느끼는 감정이입이 잘 되더군요. 끝부분에 코끝 찡한 느낌도 좋고요. 의사 선생님에게 나긋나긋 이야기하다가 회전의자에 앉아 장난치는 아들 녀석을 보고는 걸걸한 목소리로 코드 전환한 뒤 등짝을 후려치는 장면과 봉고차에서 아들과 통화하는 장면 등 이경실의 연기는 탁월하더군요. (사내에 둘 키우다 보면 터프해지는 건 당연하거든요. 아들 셋이면 그 엄마는 '저주받았다'고 한답니다.)
일상에 지친 여성분들이라면 친구분들고 가볍게 관람하신 후 찐하지는 않더라도 짠~한 연대감을 어렴풋이 느끼며 유쾌한 뒤풀이를 할 만한 영화라고 사료되옵니다.
섹스 앤 더 시티(감독: 마이클 패트릭 킹, 주연: 사라 제시카 파커, 킴 캐트럴스 등 등, 18세 관람가)
뭇 남성들로부터 '재수 없는 된장녀들의 필독 프로그램'으로 지탄받기도 했지만 [프렌즈]와 함께 미드 열풍의 선구자적 역할을 하며 전 세계 여성들의 폭발적인 지지와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바로 그 TV시리즈가 시즌 6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지 4년 만에 등장한 극장판 후속편입니다.
저는 TV 채널 돌리다가 몇 번 흘려본 적이 있어 주인공 얼굴이나 알고 있는 정도인데, 주변의 대다수 여성분들은 이 시리즈에 한번쯤은 열광했고 안 본 여성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더군요. 이번 영화에서는 한 회로 종결을 짓는 개별 에피소드가 아니라 4명의 여자들의 생활을 설명하는데 가장 핵심 이야기는 사라와 빅의 결혼입니다. (빅은 면도를 너무 말끔하게 해서 그런건지, 분장이 과도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원판이 그런 건지 같은 남자 입장에서 볼때 너무 느물느물(?)하게 느껴지더군요.)
뉴욕생활 20여년 만에 명품과 패션은 좀 안다고 자부하지만 사랑은 아직 잘 모르겠다는 사라, 쾌락을 즐기던 사만다는 20세 연하 꽃미남 남친과 함께 LA에서 일과 생활을 시작하지만 권태에 빠지고, 항상 일에 치여 지내는 미란다는 남편과의 갈등 끝에 결혼 생활에 심각한 위기를 맞이합니다. 불임으로 고민하다가 중국에 가서 아이를 입양해온 샬롯은 드디어 꿈에 바라던 임신을 하지만 행복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두려움에 시달립니다.
크리스찬 디올, 루이뷔통, 비비안 웨스트우드 같이 그 이름을 웅얼거리기만 해도 매료시시키는 명품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주인공 사라의 결혼이 확정되자 보그지 편집장은 40이 드레스 입을 때 예뻐 보이는 최후의 연령이라며 그녀를 드레스 화보 스토리 주인공을 낙점합니다. 유명 디자이너의 웨딩드레스를 번갈아 입고 보그의 사진작가와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참여 아래 화보 촬영하는 장면은 아마 대다수 여성들의 판타지를 극대화시키는 장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 하나 더 있습니다. 전망 좋은 신혼집을 구하는데 옷장이 맘에 안 든다고 하자 남자친구 빅이 그녀에게 선물로 새로 꾸며준 멋진 조명에 독특한 디자인의 옷장 공간도 그럴 것 같네요. 실제 시사회에서 여성 관객들의 탄식에 가까운 한숨소리가 섞인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들리더군요.
때로는 노골적인 성적 대사와 관심사도 등장하지만(사만다가 스페인 필 팍팍 풍기는 옆집남자의 샤워하는 모습을 우연히 마주치고 "…….Your Dick~! Dack" 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바로 이 언저리의 장면 때문에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것 같으니 주의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시리즈 내지는 영화가 인기를 끄는 비결은 명품이나 패션도 있지만 4명의 여성들이 모여서 떠드는 수다의 대화나 수잔의 독백이 현실적인 디테일을 담뿍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드림걸스]에서 비욘세를 녹아웃 시킬 정도의 가창력과 연기력으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품에 안았던 제니퍼 허드슨이 연기한 사라의 개인 비서 루이스와의 애틋한 에피소드는 진정한 인간 사이의 소통과 교류를 담고 있어 코끝이 찡해지기도 하더군요.
저는 134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이 다소 길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비교적 시계 자주 안 쳐다보고 웃고 즐길 수 있더군요. TV 시리즈를 뛰어넘는 그 무엇을 성취해 보여주는 것은 그 때 그 시절 TV 시리즈에 열광했던 분들에게는 '충분한 애프터 서비스 보장'이라는 문구가 별 손색이 없어 보이는 영화입니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온라인 영화 예매사이트인 판당고가 이 영화 예매자 2,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3%는 여자들끼리 영화를 보러갈 것이라고 답했고 6% 만이 남자와 보러 갈 것이라고 답했다더군요. 속마음으로는 [쿵푸팬더]나 [인디아나 존스]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여자친구 손잡고 간 극장 앞에서 과감하게 이 영화를 선택할 남성분들 힘내시기 바랍니다. "No Pain, No Gain!")
디 아이 (감독:데이비드 모로, 자비에 팔뤼, 주연:제시카 알바, 알렉산드로 니볼라, 15세 관람가)
2004년 선보여 히트를 친 태국 감독, 홍콩 제작 공포영화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판입니다. 제시카 알바가 비운의 여주인공으로 나오는데 [링]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특유의 무서운 기운이 태평양 건너가면 휘발되어 날아가는 것 같습니다. 무한복제시대에 원본이 지니는 아우라 까지는 아니더라도 독창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변수라는 점에서 영화는 예술적 요소를 갖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네요. 제시카 알바 팬이라면 그럭저럭 만족할 만한 수준이지만 오싹한 공포를 기대하는 분들은 조금 실망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밖에 [더 킹]과 일본 영화 [아오이 유우의 편지] (배우 이름을 제목에 앞세우는 영화 오랜만에 보네요.) 등이 개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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