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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중단요구' 수용할까?

입력 : 2008.06.03 15:11|수정 : 2008.06.03 15:12

대선 앞둔 미국 정가, 재협상 요구 수용은 쉽지 않을 듯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3일 미국 측에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중단을 요청하겠다고 밝히고 정부가 `제한적 추가협상'을 시사함에 따라 미국 정부가 이러한 요구를 수용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미국 외교와 통상문제를 관장하는 부서인 국무부와 무역대표부(USTR) 등은 정 장관의 요청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 반응은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한국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관보 게재 유보와 관련해서는 입장을 밝혔으나 매우 신중한 반응이다.

숀 스파이서 USTR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상황을 좀 더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고 국무부 숀 매코맥 대변인은 "한국 정부와 이 문제를 계속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와 계속 협의하면서 이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원칙적 입장만 밝힌 것이다.

이는 쇠고기 시장 개방이 한.미 양국정상 회담에서 논의된 사안이자 양국 간 최대현안의 하나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과정에서 미 의회가 제시한 선결요건이며, 이미 양국 정부 간에 합의된 사안이지만 한국 내 반대 여론이 심상치 않음을 이들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싱턴의 통상전문가들은 민주, 공화 양 당의 후보들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대선 정국 하에서 한국 정부의 요청을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은 오는 11월 대선과 함께 하원 전원과 상원의원 3분의 1을 다시 선출하고 지역에 따라 주지사 선거까지 함께 실시한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 정부는 경기침체와 이라크 전쟁에 대한 여론 악화로 상·하 양원 선거에서 의석을 더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명백한 양보로 여겨지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중단 요구를 미국 정부가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 하원 세입위원장인 찰스 랑겔(민주.뉴욕) 위원장이 2일(현지시간) 주미 한국상공회의소(KOCHAM)가 뉴욕의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개최한 간담회에서 쇠고기 재협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쇠고기 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을 중단해달라는 한국 정부의 요구는 사실상 협상을 다시 하자는 것으로 미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라며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물론 미국 정부도 난처한 입장에 빠진 한국 정부의 입장을 마냥 도외시할 수 없는 측면이 있고, 미 쇠고기 업계로서도 한국민들의 반감을 누그러뜨리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들의 입지를 무너뜨리지 않는 것이 향후 장사에 도움될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미국의 일부 쇠고기 업체들이 한국 소비자들의 광우병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으로 수출하는 쇠고기에 대해 도축 당시 월령을 표시하겠다고 공동으로 언론발표문을 낸 것이 주목된다.

타이슨 푸드와 카길 미트솔루션, JBS 스위프트, 내셔널 비프패킹, 스미스필드 비프그룹 등은 이 발표문에서 30개월 미만과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구입 여부를 한국인 소비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업계의 '수출자율규제(VER; Voluntary Export Restriction)'가 중요한 해결방법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미 육류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이 사정상 앞으로 언제까지는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출을 자제해달라는 등 입장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면서 그럴 경우 업계가 수용할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이슨푸드 등이 이날 제시한 월령표시제는 최장 120일까지 한시적으로 실시하겠다는 것이지 이를 무기한 적용하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른바 제한적 추가협상을 통해 30개월 이상 금수 등이 포함된 '근본적 해결방안'이 도출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우리 국민들이 미흡하지만 받아들일만한 선에서 '진통 끝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에 타결된 한·미 FTA와 관련해 미국 측이 자동차 부문 등에서 추가로 양보할 것을 우리 측에 강력하게 요구하게 될 것으로 통상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뉴욕·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