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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참사 1개월…해외구호에 아직도 '빗장'

입력 : 2008.06.02 15:16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지난달 2~3일 미얀마 서남부 지방을 강타한 지 한달이 됐지만 미얀마 군사정부는 약속과 달리 해외구호에 대한 빗장을 모두 풀지 않아 240만 명에 이르는 이재민들에게 구호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군정은 도탄에 빠진 국민의 삶은 외면한 채 오히려 체제유지와 영구집권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지적을 받고 있다.

◇해외구호 '통제' = 미얀마 군정은 서남부 지방을 강타한 나르기스로 인해 7만 7천738명이 숨지고 5만5천917명이 실종돼 희생자 수가 모두 13만3천655명이며 부상자 수는 1만9천359명이라고 발표했다.

반면 유엔 등 국제기구와 구호단체는 이보다 희생자 수가 훨씬 많아 20만 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특히 이재민은 24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얀마 군정도 스스로 인정했듯이 미얀마 역사상 최악의 재난이었다.

그러나 체제붕괴를 우려해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청해온 군정은 국내외 압력에도 불구하고 나르기스가 강타한 지 한달이 지나도록 해외구호에 대한 문호를 전면적으로 개방하지 않고 있다.

특히 군정 최고지도자인 탄 슈웨 장군은 지난달 23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국적에 관계없이" 해외 구호인력을 전면 수용하겠다고 합의했음에도 불구,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과 국제적십자연맹, 적신월사를 비롯한 국제구호기구나 단체 소속 해외인력 수십 명은 군정의 승인을 받지 못해 나르기스 최대 피해 지역인 이라와디 삼각주로 가지 못하고 양곤에 발이 묶여 있다고 AP통신이 1일 보도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의 리처드 호시 방콕사무소 대변인은 "이재민들을 위해 숙련된 구호인력의 투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군정, 체제유지 '급급' = 미얀마 군정은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는 이재민보다 국민에 대한 통제력 상실을 더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미얀마 군정의 승인이 이루어지면 인근 해역에 정박중인 엑세스함 등 군함 4척에 적재된 14대의 헬기와 상륙함, 수륙양용차, 1천명의 해병대 병력을 활용해 접근이 어려운 이라와디 삼각주 지역의 이재민을 구호할 방침이었으나 군정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1일 "국제사회의 구호를 허용치 않는 미얀마 군정의 태도에 변화가 없다면 더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범죄"라고 비난했다.

게이츠 장관은 앞으로 수일 내에 구호군함을 미얀마 해역에서 철수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미해군 태평양사령부의 티모시 키팅 사령관도 미얀마 군정이 구호군함의 입항을 계속 거부할 경우 인근 해역에 대기 중인 엑세스함 등 구호품을 적재한 군함들을 철수시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키팅 사령관은 "버마(미얀마의 옛 이름) 정부의 긍정적인 신호가 없다면 엑세스함 등을 수주일간 그곳에 정박해둘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얀마 인근 해역에 정박중인 프랑스의 구호군함도 직접 구호에 나서지 못하자 지난달 28일 태국 푸껫항에 입항, 군함에 적재된 구호품을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 WFP)에 넘겨줬다.

영국도 같은 해역에 구호군함을 정박 중이지만 미얀마 군정의 승인이 없을 경우 미해군과 함께 철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얀마 군정이 이처럼 군함을 이용한 이재민 직접 구호를 거부하는 것은 대규모 구호작전으로 군정의 국민 장악력이 느슨해져 체제 유지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영구집권만 '골몰'하는 군정 = 미얀마 군정은 나르기스로 인한 수많은 인명피해에 아랑곳하지 않고 신헌법 찬반 국민투표를 실시, 영구집권을 위한 기반을 다져 국제사회의 분노를 사고 있다.

미얀마 국영 언론은 최근 탄 슈웨 군정 최고지도자가 신헌법에 서명함으로써 신헌법이 공식 채택됐다고 보도했다.

군정은 나르기스 탓에 이달 10일과 24일로 나눠 실시한 신헌법 찬반 국민투표의 투표율은 98.12%(유권자 2천730만명)였으며 찬성률은 92.48%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에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야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는 신헌법 찬반 국민투표는 민주주의를 기만한 것이라며 신헌법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NLD는 성명을 통해 이번 국민투표는 군정이 찬성을 유도하기 위해 유권자를 억압하고 위협한 불공정하고 부자유한 투표였다며 "NLD는 자유로운 의사를 바탕으로 한 국민의 심판은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만 군정당국의 기만적인 국민투표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군정은 자체적으로 마련한 '민주화를 위한 7단계 로드맵'에 따라 국민투표를 통과한 신헌법을 토대로 2010년에 총선을 실시할 방침이다.

그러나 신헌법 초안은 상·하 양원 의석의 25%는 군부에 할당하도록 명시, 사실상 군정체제를 굳히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영국인과 결혼하고 두 아들이 영국 국적인 수치 여사는 대선과 총선 출마 자격이 박탈되는 것으로 확인돼 국내외에서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방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