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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 현장취재기 (4) 긴급사태! 카메라 기자 부상

김광현

입력 : 2008.05.31 10:48|수정 : 2008.07.13 21:16

국제부 김광현 기자, 중국 대지진 현장을 가다


"대지진으로 피해를 본 문화재를 취재하라!" 저에게 취재지시가 떨어졌습니다. 왠지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바로 전날, 규모 6,7의 강력한 여진이 올 것이란 중국 방송들의 경고로 청두 시민들도 두려움에 떨고 있었던 상황. 피해를 본 문화재들을 취재하기 위해선 또다시 청두를 벗어나 진앙지에서 가까운 곳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취재지시에 다시 강력한 여진이 경고되는 현장 속으로...
차라리 통과가 저지되었으면 하는 은근한 기대도

여진 경고로 두장옌으로 가는 도로가 전면 봉쇄됐다는 가이드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두장옌으로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시간 정도 달렸을까? 정말 도로는 공안에 의해 봉쇄된 상태였습니다. 마음속으로 "그래, 차라리 잘됐다. 최선을 다했지만 안 되는 건 할 수 없지"하는 위안을 해봤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영문 PRESS카드를 보여주자 그대로 통과시킵니다. 대신 택시를 타고 통과하려던 중국 CCTV 기자 두 명을 태우게 됐습니다.

각각 무전기 한 대씩을 갖고 있던 이들은 다급한 목소리로 누군가와 교신을 나눕니다. 손에는 GPS도 한 개씩 들고 있습니다. 잠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을 눈치챘는지 한번 보라며 GPS를 넘겨 줍니다. 막상 보니 별 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작은 화면엔 지도와 함께 방향을 알려주는 화살표가 깜박입니다.

"넌 카메라를 놓지 마라, 난 마이크를 놓지 않을게"

중국에서는 당 간부나 부유층 자제들만 뽑는다고 알려진 CCTV 기자들인 만큼 두 기자는 영어도 구사할 줄 알더군요. 지금 이런 상황에 두장옌에 들어가는 것이 무섭지 않냐고 물아봤습니다. 기자정신으로 무장된 듯 전혀 무섭지 않다면서 눈을 번뜩입니다.

그들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후배인 카메라 기자에게 농담반 진담반 말을 걸었습니다. "취재현장에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넌 카메라를 놓지 마라, 난 마이크를 놓지 않을게"   

마음 속에는 아내와 두 아이의 얼굴이 아주 짧게 스쳐 지나갔습니다.

첫 번째로 도착한 유적지는 2천2백년전 대수로인 두장옌(마을 이름도 이 유적지를 따 지어졌습니다).

산 기슭에 위치해 산사태로 돌들이 무너져 내리면서 건물을 덮친 상태. 우리가 있는 동안 여진이 발생한다면 피할 곳 조차 없어 보였습니다. 촬영을 하고 있던 저희들에게 군인들이 다가와 취재허가는 받았는지를 물으며 어서 나가라고 소리칩니다. 저도 덩달아 카메라 기자에게 어서 찍고 나가자고 재촉을 하게 됩니다. 

두장옌 피해유적지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다른 아이템을 제작하던 도중 카메라 기자가 조금 높은 곳에 올라가 전경을 촬영하고 내려오다 발을 헛디뎌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당했습니다. 땅이 패어 있는 곳이 잔디에 가려져 있어 일어난 사고였습니다.

발목이 거의 90도나 꺾였다가 돌아오는 바람에 땅에 드러누워 데굴데굴 구르며 아파하는 후배 기자를 보며 당황한 저도 무슨 정신으로 업고 차까지 뛰어가 근처 병원으로 달려갔는지 너무나 힘들고 고달픈 하루였습니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 다행히 뼈는 다치지 않았지만 걸을 수 있는 상태는 아니라서 그 카메라 후배는 귀국 때까지 줄곧 휠체어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전치 4주의 진단을 받아 지금도 집에서 쉬고 있네요...) (5편에 계속)

  [편집자주] 김광현 기자는 1995년에 SBS에 입사한 경력 14년의 고참 방송기자입니다. 사회부와 경제부, 시사고발프로 '뉴스추적' 등에서 활약한 뒤 현재는 국제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깊고 차분한 취재로 정도를 걷는 방송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