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국제

대지진 현장취재기 (3) 다급한 대피의 연속…오토바이 탈출

김광현

입력 : 2008.05.31 10:44|수정 : 2008.07.13 21:10

국제부 김광현 기자, 중국 대지진 현장을 가다


일부 외신기자들의 모습도 보였지만 이 와중에 취재를 하고 있는 기자들은 대부분 중국 CCTV 기자들 뿐이었습니다. 특히 중국 여기자들의 모습이 많이 보이더군요.

건물이 무너져내리고 땅이 솟아 자동차를 삼킨 장소까지 기어올라가 스탠딩을 하고 있는데 어떤 중국 기자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어디서 왔냐고 물어봅니다. 한국이라고 말해줬더니 짐짓 놀라는 표정입니다.

한국 취재진으로서는 아마도 이렇게 베이촨현 깊숙이 들어가기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카메라 기자가 갖고 있던 영문 PRESS 카드의 위력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이날 취재의 가장 큰 목적은 베이촨을 위협하는 거대한 저수지를 촬영하는 것이었습니다만 눈을 돌리는 곳마다 처참한 광경이 펼쳐져 있어 기자로서 무엇하나 그냥 넘기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후배인 카메라 기자에게 다짐을 받기도 했습니다. "내가 촬영이나 인터뷰에 욕심을 내더라도 좀 말려 달라고요" 물론 후배가 욕심을 낼 때면 제가 말리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취재를 무사히 마치고 난 뒤 베이촨을 빠져나오면서 또 한 번 난관에 빠졌습니다. 베이촨을 빠져 나오는 차량이 전혀 없는 겁니다. 할 수 없이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을 섭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마저도 구하기 어려웠습니다. 급한 마음에 돈을 달라는 대로 주기로 하고 한 대에 두 명씩 허리를 잡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타이어가 터질 듯 불안한 낡아빠진 소형 오토바이, 산사태 현장 속 아슬아슬한 질주…'이러다 죽나보다'

베이촨을 빠져 나오면서 오디오맨과 제가 올라탄 것은 배달용으로 사용하기도 힘든 낡아빠진 소형 오토바이.

제 몸무게가 좀 나가는 탓에 타이어가 터질까 불안불안 했습니다. 저는 중국말로 만만디(천천히)를 외쳤습니다.

하지만 중국인은 꽤 속도를 내더군요. 더욱이 마주 달려오던 차를 향해 정면으로 달리거나 산사태로 굴러떨어진 바윗덩이를 스치듯 질주해 비명을 몇번이나 질러야 했습니다. 마음 속으로는 "이 사람이 왜 이러나, 내가 이렇게 죽나보다"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오토바이에서 내려서 운전자의 얼굴을 본 순간 머리가 띵해졌습니다. 한쪽 눈은 아예 시력을 잃었는지 검은자가 없었고 다른 눈도 진물이 나와 반쯤 감긴 상태였습니다. 급한 마음에 고맙게 올라타긴 했지만 이런 상태로 두 명이나 더 태운 채 오토바이를 몰았다니...

그 길로 호텔로 달려와서 기사와 촬영한 화면을 송고하고 나니 저녁 7시(한국시간으로는 8시). 아침과 점심을 모두 거른 상태였지만 이상하게도 배는 고프지 않았습니다.

중국 취재 9일 동안 점심을 먹은 것은 딱 2번, 취재 장소가 청두에서 2시간 이상 떨어진 곳이 많아 아침도 여러 차례 걸렀지만 배가 고프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3끼씩 꼬박꼬박 먹고, 한 끼라도 거를라치면 못견뎌했던 것들이 일종의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하지만 이런 생각이 오래 가진 못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오니 점심시간이 한시간만 늦어져도 배가 고파 못견디겠네요. 역시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 동물임에 틀림없나 봅니다! (4편에 계속)

  [편집자주] 김광현 기자는 1995년에 SBS에 입사한 경력 14년의 고참 방송기자입니다. 사회부와 경제부, 시사고발프로 '뉴스추적' 등에서 활약한 뒤 현재는 국제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깊고 차분한 취재로 정도를 걷는 방송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