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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의료보험 시대 열렸나? ②

심영구

입력 : 2008.05.28 23:40|수정 : 2008.10.15 01:19


3.

본인부담금이란, 말 그대로 자신이 부담하는 돈입니다. 건강보험은 소득수준에 따라 보험료를 징수하고 있지만 (현재 보험료율은 자기소득의 5%수준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의료비를 전부 내주는 건 아닙니다.

먼저, 의료비에서 보험 적용이 되는 부분이 있고, 적용 안되는 부분이 있는데요, 적용분을 급여, 비적용분을 비급여라고 합니다. 그러면 급여는 몽땅 건강보험에서 내주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일정 비율은 환자 본인이 내야합니다. 그 돈이 본인부담금인데요, 의료기관별로 비율이 다릅니다.

의원급인 1차 의료기관은 30%, 병원급 2차 기관은 40%, 종합병원급 3차 기관은 50%로 정해져 있습니다. (암 같은 중증질환으로 가면 본인부담금 비율이 더 줄어들어 10%에 이르기도 합니다. 의료비 부담이 워낙 크기 때문이죠.)

(여기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의료전달 체계라는 것 때문인데, 쉽게 말해 3차 기관은 3번째로 오라는 말입니다. 일단 1차 기관 가서 진료받고 병이 더 중하거나 큰 기관에서 치료가 필요할 때 2차로, 3차로 가라는 거죠.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기관이기 때문에 본인부담비율도 높게 책정됐습니다. 상급기관으로 갈 때는 진료의뢰서라는 것도 필요하죠.)

4.

이렇게 건강보험에서 본인부담금을 만든 이유는 어느 보험에서나 발생하기 마련인 이른바 '도덕적 해이'를 줄이기 위해섭니다. 경미한 사고가 나도 일단 '드러눕고' 보는 속칭 나이롱 환자들 잘 아시죠? 사고가해자가 있겠다, 가입해놓은 보험도 있겠다, 병원에 갈 필요가 없어도 합의금과 보험금 받기 위해 병원에 가는 현상이 벌어지는 걸 말하는데요,

건강보험에서도 의료비를 100% 내준다면, 몸이 조금 찌뿌둥해도 병원을 찾고, 밥 먹고 속이 더부룩해도 병원에 가고,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할 수 있다는 거죠. 유시민 전전 복지부 장관은 의료급여 환자들의 극단적인 '의료쇼핑'(1년에 천 몇 번씩 병원에 가고... 파스를 한 번에 수백 개씩 받아가는 등등) 이런 모럴 해저드의 예로 들기도 했는데요, 사례가 전형적이진 않다는 생각입니다만. 

그렇기에 100% 보장이 아니라 갈 때마다 소액이라도 자기 돈을 내도록 하면,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줄일 수 있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게 본인부담금입니다. 건강보험은 보험료를 적게 내든 많이 내든 혜택이 동일한 보험으로, 일반 민영보험과 비교할 때, 평균 납부 보험료에 비해 보장수준이 상당히 높습니다. (일반 보험은 40% 정도가 마케팅이나 관리비용으로 빠진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겠죠.)

현재도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인데, 본인부담금마저 없다면 제도 자체가 유지되기 힘들었을 겁니다.

5.

멀리 돌아왔습니다만, 실손형 보험과 건강보험 문제로 넘어오면요, 실손형 보험에서는 환자가 낸 의료비만큼을 보장해준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 가입자이기 때문에, 환자 의료비에서 일단 건강보험 급여는 제외하고 나머지를 실손형 보험이 보장해주게 되는 겁니다. 즉, 비급여와 본인부담금입니다.

                    

앞서 예를 든 것처럼, 실손형 보험 가입자에 해당하는 의료비가 100만 원이고, 건강보험에서 64만 원을 내준다면, 비급여와 본인부담금이 합쳐 36만 원, 실손형 보험에서 36만 원을 내주는 거죠. 그러면 실손형 보험 가입자는 건강보험에서 의료비 100%를 보장해주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보게 됩니다. 건강보험에서 의료비 100%를 보장해준다면, 불필요한 의료 이용이 늘면서 건강보험 재정 구멍이 더 커지겠죠.

6.

건강보험 적자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건강보험 수입은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와 국가보조금으로 구성되는데요, 보험료율은 현재 보수월액(한 달 소득이라고 보면 되는 개념입니다.)의 5.08%인데, 해마다 보험료율을 올리기는 하지만, 수입을 대폭 늘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현재 5%인 보험료율을 갑자기 8%, 10%로 올린다면 저희 같은 월급쟁이들이 받아들이기 쉽겠습니까.)

그렇다면 건강보험 지출을 줄여야겠는데요, 보장성을 낮추는 방식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부터 그동안 무상이던 6세 미만 아동 입원비를 본인부담 10%하도록 바꾸고 입원환자 식대도 50%를 본인이 부담하도록 했는데요, 이런 식으로 보장성을 슬쩍 낮추는 겁니다. 이렇게 절감하지 않으면 적자를 감당못한다는 건데요, 재정 적자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건강보험 보장성은 높아지기는 커녕, 낮아지는 상황이 앞으로 더 심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전 글에서 적었지만, 한국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64%, 이것도 DJ 정부와 노무현 정부 10년을 거치면서 20% 가까이 상승한 것이라는데요. 70% 때로는 80% 이상인 선진국 수준에는 아직 부족하기만 한 데도, 이를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거죠. 그리고 실손형 보험 활성화는 이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될 수 있다는...

정리하면, 현재같은 방식의 실손형 보험 활성화(민영의료보험 활성화)는 곧 건강보험 적자를 가중시키고, 이는 건강보험 보장성 약화를 불러오게 된다는 건데, 그럼 우리 삶엔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그리고 실손형 보험에 대해서 좀더 자세히...

다음 글에서 이어가겠습니다.

 

[편집자주] 2003년에 SBS에 입사한 심영구 기자는 사회1부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참 넓고 깊고 복잡하고 중요한 분야'라면서 건강하게 오래사는데 도움이 되는 기사를 써보겠다고 합니다. 사내커플로 결혼한 심 기자는 부부가 방송 기자로 활약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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