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사회

검경, 촛불문화제 불법시위자 처리 수위 '고심'

입력 : 2008.05.26 16:24

"폭력행사자·주동자 가려내기 쉽지 않아"


검찰과 경찰은 최근 촛불문화제가 잇따라 불법 거리시위로 변질된 것과 관련해 엄정 대처하기로 원칙을 정했지만 구속영장 청구 등 체포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놓고 고심 중이다.

김경한 법무부장관은 26일 "불법 집회는 법에 따라 주동자는 물론 선동하거나 배후조종한 사람까지 끝까지 검거해 엄정히 처리하라"고 검찰에 지시했으며, 대검찰청도 시위대가 정권퇴진을 요구하는 등 반정부시위로 방향을 틀면서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찰은 24~25일 촛불문화제 본행사가 끝난 뒤 심야에 도심에서 거리시위를 벌인 67명을 연행 조사중이다.

수사당국은 이들 가운데 불법행위를 주도한 사람을 가려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지만 대다수가 경찰 해산명령에 불응한 단순 시위대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영장 청구 대상자를 가려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수사당국이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습 시위 형태로 바뀌어 구체적 불법행위에 대한 증거도 거의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형법상 일반교통 방해 혐의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상 해산요구 불응 혐의 등으로는 입건이 가능하지만 시위대가 질서를 무너뜨리도록 선동했거나 직접 경찰 등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구속영장 청구까지는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은 2006년 12월 6일 서울 도심에서 열렸던 한미FTA 반대 시위에서 도로를 점거하고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시위대 7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었다.

검찰은 피해자와 목격자 조사를 보강하고 시위 현장을 촬영한 CD를 첨부해 6명에 대해 영장을 재청구했으나 또 기각당했고, 검찰이 낸 준항고와 재항고까지 기각되자 강력 반발했었다.

당시 법원은 "영장청구서에는 이들이 현장에 있었다는 내용 정도일 뿐 직접 폭력을 휘둘러 경찰이 다쳤다는 인과관계가 드러나 있지 않다. 또 이들이 시위의 주동자나 배후 조종자라고 보기 어려워 가담 정도도 중하지 않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앞서 2001년 12월 2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쌀개방 반대 시위에서 도로를 점거하고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는 등 불법시위를 조장한 혐의로 사전집회 주최자인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등 12명이 기소됐지만 대법원은 무죄를 확정하기도 했다.

사전집회를 주최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집회 참가자들의 질서문란 행위나 교통방해 행위를 지시하거나 공모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처럼 미리 도로 점거와 행진 등을 조직적으로 계획하지 않았어도 대규모 시위의 특성상 현장에서 소수의 선동으로 질서가 무너질 수 있고 이에 따른 책임자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수사당국은 체포자들을 상대로 가두시위를 선동한 사람을 찾는 등 채증 자료와 목격자 진술을 분석해 사법처리 대상을 가려내는 한편 앞으로도 비슷한 시위 유형이 재발할 것으로 보고 증거를 모으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