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정치

힐-김계관, 일본인 납치문제 돌파구 만드나

입력 : 2008.05.25 14:49

북, '납치문제' 논의 수락한 듯…낙관론 확산


북한과 미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가 이번 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해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핵문제 진전에도 불구하고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던 북.일 관계 개선에도 돌파구가 마련될 지 주목된다.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가 임박한 가운데 북.미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비핵화가 아닌 일본인 납치문제를 주 의제로 회동한다는 게 다소 생뚱맞아 보일 수도 있지만 이 문제가 북핵 협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실제로 일본인 납치문제로 대변되는 북.일 간의 대립이 해소돼야 가깝게는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에서부터 멀게는 동북아 안보체제의 정립까지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게 한.미.일 등의 공통된 인식이다.

외교 소식통은 25일 "핵프로그램 신고를 위한 북.미 간 현안은 사실상 모두 마무리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동맹국인 일본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북.미 수석대표 회동은 지난 18~19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수석대표 회동 이후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3자 회동에서 일본 수석대표인 사이키 아키다카 아주국장은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고 이에 힐 차관보가 김 부상을 만나 재차 설득에 나서기로 했다는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고 있는 이유로 대한항공 폭파사건과 더불어 일본인 납북문제와 1970년 일본 민항기 요도호 납치에 관여한 적군파 요원 4명을 보호하고 있는 점을 들어왔다.

따라서 일본 정부 및 정치인들은 '북한의 자국인 납치문제가 진전되지 않으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면 안된다'고 미국을 상대로 로비를 해왔고 사이키 국장의 유감표명도 이 같은 노력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에도 일본인 납북자 문제 진전이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의 전제조건은 아니지만 명단 삭제를 위한 미 의회의 협조를 얻기 위해서는 납치문제에 있어 북한의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줄곧 강조해 왔다. 그러나 북한의 반응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이 북측에 비핵화는 물론 북.일 관계와 관련한 현안을 주제로 회동하자고 제안했음에도 북측이 이에 특별히 거부감을 나타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져 논의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하는 조치를 의회에 통보하는 것을 계기로 북한이 일본인 납치 문제와 관련해 성의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개리 새모어 미국 외교협회(CFR) 부회장은 이와 관련, 최근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조만간 핵신고서를 제출한 뒤 부시 행정부가 의회에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 방침을 통고한 직후 북한은 일본인 납치 문제에 관해 모종의 공식 발표나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북한이 요도호 납치에 관여한 3명의 적군파 요원을 일본에 넘겨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테러지원국 해제 등을 얻어낸 북한이 미 대선으로 생길 공백기인 올 하반기에는 경제적인 측면을 노리고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대대로 이번 회동에서 북.일 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된다면 향후 6자회담은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 북.일관계 정상화 등 3가지 분야에서 선순환적 구조를 갖추게될 것으로 보인다.

북핵 9.19공동성명과 2.13합의 등에서는 비핵화와 맞물려 북.미관계 정상화와 북.일관계 정상화를 도모하도록 돼 있지만 나머지와는 달리 북.일관계 정상화는 지금껏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에도 동참하지 않는 등 6자회담에서 겉도는 양상이 짙었고 일부에서는 향후 6자회담 틀내에서 이뤄질 동북아 안보체제의 논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강했다.

외교 소식통은 "북.일 관계 정상화에 진전이 이뤄진다면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정세 안정을 도모하는 북핵 6자회담의 모든 분야가 작동하게 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