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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 정치표현에 여전히 엄격한 법원

입력 : 2008.05.25 13:30

인터넷댓글 '무죄' 뒤집고 잇단 '유죄' 판결


대선을 앞두고 특정 후보에 반대하는 인터넷 댓글을 달았던 누리꾼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잇따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박홍우 부장판사)는 포털사이트의 대선 관련 기사에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댓글을 단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은행원 손모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손씨는 대선을 앞둔 지난해 9월 포털사이트에 접속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관한 기사 아래에 "비리백화점, 범법자가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라고 댓글을 다는 등 이 후보 및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댓글을 17차례 달았다가 기소됐다.

1심에서는 "손씨가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직접 관여한 적 없이 보통의 일반 시민으로 살아왔고 누구든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터넷이 등장해 다양한 정치적 의사표현이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같은 사안으로 기소된 이들 가운데 손씨에게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손씨의 댓글 내용이 선거에 대해 단순히 의견을 표명하는 것을 넘어서 이 후보를 반대하는 내용임이 명백하고 횟수도 17차례나 돼 '고의로' 댓글을 달았고 자신의 행위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봐야 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같은 법원 형사6부(박형남 부장판사)도 포털사이트의 한 카페에 가입해 `네티즌 발언대' 게시판에 당시 이 후보를 반대하는 내용의 댓글을 30여차례 올린 혐의로 기소된 부동산중개업자 박모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정당과 관련 없는 시민인 박씨가 네티즌 발언대에 글을 게시하는 것이 공직선거법에서 허용하지 않는 행위라는 것을 인식할 계기가 특별히 없었고 박씨를 비롯해 같은 법 위반으로 기소된 피고인들이 대부분 선거운동 기간이 아니면 글 게시 자체가 위법하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무죄 판결했지만 2심은 앞서 손씨의 사례와 비슷한 이유로 유죄로 봤다.

현행 공직선거법 93조1항은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려고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문서와 사진 등을 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어 선거기간 누리꾼의 자유로운 정치 표현에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조항이지만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 조항이 유권자의 정치 참여를 지나치게 위축시키고 주요 표현매체로 떠오른 인터넷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서울고법은 이 후보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를 자신의 블로그에 퍼나른 혐의로 기소된 회사원 임모씨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했다.

1·2심 법원은 임씨가 글을 직접 작성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 게시된 기사나 칼럼을 블로그로 옮겨왔고 이 후보 뿐 아니라 다른 대선 후보들에 대한 기사도 블로그에 올려두는 등 일상적인 틀 내에서 블로그를 운영했다고 판단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