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은 선택이지 미덕 아니다" vs "교사자격 없다"
지진을 만나 학생들보다 먼저 달아난 교사의 심경고백이 논란을 빚고 있다.
신쾌보(新快報)의 25일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대학 역사학과 출신의 판(範)모 교사는 지난 12일 두장옌(都江堰)의 한 중학교에서 어문학 수업을 하고 있다가 지진을 만났다.
그는 처음에는 가벼운 지진인 줄 알고 학생들에게 "당황하지 말라'고 소리쳤으나 건물이 크게 흔들리는 것을 보고 대지진을 직감, 맹렬하게 계단을 뛰어내려가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운동장에 이른 다음에서야 그는 자신이 제일 먼저 운동장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았고 뒤늦게 뛰어나오는 학생들에게 소리쳤다.
"도대체 뭘 하다가 이제 나와."
학생들은 처음에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책상 밑에 숨어 있다가 교사가 마치 '한줄기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을 보고서야 뛰어나왔다면서 어떻게 혼자 도망칠 수 있느냐고 원망했다.
판 교사는 "내가 남에게 헌신적인 사람이 아니고 내 목숨이 아까운 사람"이라면서 "생명이 왔다갔다 하는 순간에 혹시 내 딸이라면 희생을 고려할까 모친이라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희생은 선택이지 미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선생님에게 실망했다는 학생들에게 "다 큰 너희들을 안고 나올 수도 없었고 위험을 당해 내가 너희들과 함께 죽는 게 의미 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너희들은 이미 17-18세 아니냐"고 오히려 야단까지 쳤다.
그는 이같은 글을 중국의 한 인터넷에 '5.12 원촨 대지진 경험기'라는 제목으로 올렸다.
판 교사의 글에 대해 중국 네티즌들이 갑론을박하고 있다. 그를 비판하는 네티즌들은 "교사의 직분을 내팽개쳤다"면서 "어떻게 어린 학생들을 두고 먼저 달아나느냐"고 비난했다.
이들은 미성년자를 보호해야 할 사람이 의무를 도외시 했다면서 그는 교사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일부는 "교사도 사람이다. 위급한 순간을 만났을 때 자기보호 본능이 발동한 것"이라고 변호했다.
이들은 또 "그같은 심경을 인터넷에 공개해 판단을 구한 것만해도 기본적으로 그가 성실할 사람이라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두둔했다.
(상하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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