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가정 폭력을 보며 어린 시절을 보낸 30대 남자가 자신의 어머니를 때려 숨지게 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청주 흥덕경찰서는 21일 존속폭행치사 혐의로 이모(39)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달 21일 밤 11시50분께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자신의 집에서 술에 취해 주먹 등으로 어머니(64)를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범행 5시간 뒤 112로 전화를 걸어 '밖에서 술을 마시고 집에 와 보니 어머니가 의식을 잃은 채 집 앞 계단에 쓰러져 있었다'며 단순 변사로 신고를 해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
그러나 이 씨가 당시 상황에 대해 횡설수설하는 점을 수상히 여긴 경찰은 어머니 시신에 대한 부검을 의뢰, '구타에 의한 심장마비'라는 결과를 통보받고 지난 19일 이 씨를 불러 당시 행적을 추궁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는 이 씨에 대해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해 조사를 벌인 끝에 24시간 만에 이 씨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받을 수 있었다.
조사 결과 이 씨는 2002년께 인터넷을 통해 음향기기를 팔아오다 사업이 어려워져 빚이 쌓이자 2년 전부터 어머니에게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으며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마다 갖은 욕설과 함께 어머니를 폭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어머니는 이 씨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아 최근까지 이 씨에게 모두 1억여원을 건네줬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 씨는 경찰에서 "어릴 때부터 (돌아가신) 아버지가 수시로 어머니를 때리는 것을 보며 자랐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도 아버지처럼 욕을 하며 어머니를 폭행하기 시작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는 가정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어린 시절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이번 사건은 가정 폭력이 초래한 패륜 범죄"라고 말했다.
(청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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