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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통령 "축산국장 같다" vs 손대표 "그게 포인트"

입력 : 2008.05.20 17:57|수정 : 2008.05.20 18:04

2시간 팽팽한 '기싸움'…이 대통령 "나도 얘기 좀 하자"


이명박 대통령과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20일 청와대 단독회동은 순조롭게 출발했으나 본격적인 현안 논의에 들어가서는 날카롭고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 지도자는 이날 회동의 최대 관심사였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조기 비준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두 사안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각이 근원적으로 달랐던 만큼 일정부분 예견된 결과였다는 평가다. 결국 이 대통령 취임 후 첫 단독 회동이라는 의미에 만족해야 했던 만남이 아니었느냐는 것이다.

◇시작은 '화기애애' = 회동의 시작은 화기애애했다. 이 대통령은 회동을 위해 아침 일찍 청와대를 찾은 손 대표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고, 두 지도자는 회동 모두에 건강을 주제로 대화를 풀어가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손 대표는 회담 5분 전인 오전 7시25분께 청와대 본관 현관에 도착해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박재완 정무수석, 이동관 대변인의 영접을 받으며 회담장인 2층 백악실로 이동했고, 이 대통령은 엘리베이터 앞까지 직접 나와 손 대표를 맞이했다.

이 대통령은 "축구하다가 다치셨다고..."라며 손 대표의 건강상태를 물었고 손 대표는 "거의 다 나았다"면서 "건강하시죠. 워낙 건강체질이시라..."라며 이 대통령의 건강에 관심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내가 협조받으려면 (국회로) 찾아가야 하는 데 직접 (청와대로) 오신다고 하셔서..."라며 겸손함을 보이기도 했다.

◇李대통령 "우리가 마치 축산국장 같다", 孫대표 "그게 키포인트다" = 막상 현안 논의로 들어가자 두 지도자는 각종 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손 대표는 소통 부재로 비롯된 작금의 상황을 '신뢰의 위기'로 규정한 뒤 식사메뉴로 나온 계란찜을 가리키며 "지금 이 식탁에 놓인 달걀을 먹을까 말까 하는 정도로 신뢰의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고, 이 대통령은 손 대표의 지적에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지도층이 다 함께 국민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손 대표는 작심한 듯 쇠고기 문제와 한미 FTA, 남북문제, '강부자(강남땅부자)·고소영(고대·소망교회·영남권) 내각' 등에 대해 '쓴 소리'를 쏟아냈으며 특히 쇠고기 파동과 관련해 이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 "때가 되면..."이라면서 배석한 참모들에게 "취임 100일이 언제지"라고 물었으나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사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쇠고기 문제를 마무리 한 뒤 한·미 FTA에 대해 국민적 협조를 당부하는 입장을 표명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2시간여의 회동시간 가운데 1시간 30분을 손 대표가 얘기했을 정도로 손 대표가 대화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화 도중 이 대통령이 "나도 얘기 좀 하자"고 한 차례 말을 잘랐으나 손 대표는 "쇠고기 문제, 교육, 서민, 북한문제 얘기 다 한 뒤에 말씀하시라"며 말을 계속 이어갔다고 민주당 차 영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과 손 대표는 최대 쟁점인 '연령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와 관련, 상당시간을 할애하며 설전을 거듭했다는 후문이다. 이 사안은 미국과의 추가 협의에서 다뤄지지 않은 부분으로 알려졌다.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문제와 특정유해물질(SRM) 수입금지 등 세부적인 사안들을 둘러싼 설전이 거듭되면서 이 대통령이 "마치 우리가 축산국장처럼 말하고 있다. 너무 디테일(자세)하다"고 지적하자 손 대표는 "그게 키포인트다"고 받아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손 대표가 연령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금지를 한미 FTA 비준안 처리의 전제조건 중 하나로 내걸었으나 "손 대표도 대통령을 해 보면 알겠지만 국제관행상 재협상이라는 단어를 쓸 수 없다"며 `재협상 불가' 방침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쇠고기 문제와 연계된 한미 FTA 비준안 처리 문제와 관련해서도 두 사람은 평행선을 달렸다.

이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만나 `한미 FTA가 타결되면 노무현 정부의 최대업적이 될 것'이라고 밝혔던 점을 상기시키면서 "나도 인기를 얻으려면 반대한다고 할 텐데 그게 그런게 아니지 않느냐"며 17대 국회내 처리를 거듭 당부했으나 손 대표는 "경기지사 시절부터 일관되게 한미 FTA 비준에 찬성 입장이었으나 지금은 쇠고기 협상 때문에 FTA 문제를 꺼내기 어렵다"는 입장을 꺾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특히 "손 대표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그게 정치인 손학규의 시대적 사명을 다하는 것 아니냐"며 막판까지 설득노력을 다했으나 결국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청와대는 애초 회동결과가 좋을 것에 대비해 합의문 초안까지 만들었으나 이 대통령이나 손 대표 모두 회동 후 "합의문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대논란...소통.대화정치 복원은 성과 = 이 대통령과 손 대표는 회담 말미에 배석자들을 모두 물린 채 15분간 독대의 시간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었다.

양측의 공식 발표와는 달리 두 지도자가 독대시간에 모종의 합의를 이룬 것 아니냐는 관측도 한때 나왔었다.

그러나 양측 모두 독대를 공식 부인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독대가 없었다"고 밝혔고, 차 영 대변인은 "단독 회동은 일정에 전혀 없었다. 회동이 끝난 뒤 대변인끼리 브리핑 내용을 정리할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두 분이 차를 마시면서 편하게 사적인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두 사람이 이날 쟁점 현안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는 못했지만 손 대표가 "앞으로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반대할 것은 반대하는 야당이 되겠다"며 화합과 통합을 강조하고, 이 대통령이 "서민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강화하겠다. 통합과 화합의 정치를 위해 자주 만나자"고 화답해 일단 '소통의 정치', '대화의 정치'를 복원하는 데는 일정 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 차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의 자세가 쇠고기를 통해 달라졌다는 느낌이었다"면서 "대통령을 만나 국민의 뜻을 전달한 것이 소통이라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었고, 이 대통령도 경청자세였다. 우리의 지적에 대해 수용.이해를 나타낸 뒤 고치려고 노력했고 미진하면 앞으로 보완하겠다는 자세였다"고 긍정평가했다. 차 대변인은 "앞으로 이 대통령의 변화를 지켜보겠다"고도 했다.

이날 회동은 2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민주당에서 이기우 대표비서실장과 차 영 대변인, 청와대에서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박재완 정무수석, 이동관 대변인이 배석했다.

식단은 가정식 백반이었으며 생선구이와 쇠고기무국, 불고기, 달걀찜 등이 제공됐다. 달걀찜은 최근의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과 관련해 급감하는 닭고기, 계란 소비를 장려하기 위한 원려가 담겨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