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북한의 식량사정이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이미 굶어죽는 사람도 나오고 있다' 이런 얘기들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러다보니까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각국의 실상을 살펴보면 겉으로는 인도지원이라는 말을 강조하면서도 사실 식량문제처럼 정치화된 문제도 없는 것 같습니다.
먼저 미국쪽을 보면 지난 17일날 북한에 50만 톤의 식량을 지원하겠다고 발표가 있었습니다.
일단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를 보면 '핵문제와는 관계가 없다', '순수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다' 라고 하긴 했습니다만, 북한이 핵관련 서류를 제출한 지 1주일만에 식량을 주겠다고 발표를 한 걸 보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핵문제와 식량문제가 전혀 관계가 없다고 믿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즉 핵문제가 풀리니까 보너스 차원에서 식량도 주기로 했다라고 봐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한국을 보면 우리나라도 식량지원은 물론 인도적 차원의 일이라고 말은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에 식량을 준다고 하니까 상당히 조급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북한의 요청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달고는 있습니다만, 최근에는 지원 쪽에 상당히 무게가 실리는 양상입니다.
[유명환/외교통상부 장관 : 북한 주민의 식량상황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확인되거나 북한에 심각한 재해가 발생하면 식량지원을 할 수 있습니다.]
즉 북·미관계는 잘 풀려가는데 우리만 왕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조바심이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북한을 살펴보면 사실 북한처럼 식량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나라도 없습니다.
자국의 국민이 굶어 죽게 생겼는데 북한이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을 보면, 자존심 지키겠다고 남한에게는 쌀 지원 요청을 안하고 미국하고 관계를 풀어서 미국으로부터 식량을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식량문제를 가지고 남한 정부를 골탕먹이겠다는 심사가 엿보이는데요.
사실 인민들이 정말 그렇게 어려운 상황이라면 정치하는 사람들이 자존심이고 뭐고 따져서는 안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결국 굶어죽는 인민들을 볼모로 해서 정치를 하고 있다라고 밖에는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보면 남한, 북한, 미국 3국이 겉으로는 인도적 지원을 외치면서도 속으로는 식량문제를 가지고 사실상 정치게임을 하고 있는 셈인데요.
먹을 게 없어서 하루하루가 곤란한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이처럼 통탄할 일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바로 이것이 분단체제를 안고 있는 한반도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