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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누군가 희생돼야 하니 뒤집어 씌워"

입력 : 2008.05.16 18:00

전대 역할설, 이상득과 권력투쟁설 모두 부인


최근 한나라당 주요 인사들의 대화에서 잠시 잊혀졌던 이재오 의원의 이름이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의 '실세 중 실세'로 불렸으나 총선 낙선의 충격 속에 지리산에서 잠시 은둔해온 이 의원은 지난 10일 "장수는 전장을 떠나지 않는다"며 귀경한 뒤부터 당 안팎에서 끊임없는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이 의원이 미국 연수 계획을 밝히면서도 그 시기를 못박고 있지 않는 점을 문제 삼는 인사들이 적지않다.

연수를 가긴 가되, 일주일 남짓 남은 차기 원내대표 경선과 7월 전당대회에 영향력을 행사한 뒤 떠나려는 게 아니냐는 것.

그가 이상득 국회부의장을 비롯한 주류측 원로.중진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박희태 대표-홍준표 원내대표' 카드에 맞서 '안상수 대표-정의화 원내대표' 카드를 밀고 있다는 설도 심심찮게 들린다.

특히 지리산 하산 이틀 뒤인 지난 12일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해 자신의 거취와 당내 현안을 상의한 것으로 알려진 점은 이 같은 추측에 기름을 부었다.

일부 언론에선 그가 이 대통령에게 '안상수 대표-정의화 원내대표' 카드를 대통령에게 천거했다고 보도했고 이 대통령과의 회동 다음날 안상수, 정의화 의원과 3자 회동을 가졌다는 설도 돌았다.

이는 최근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이 '박희태 대표론'에 반발하면서 수도권 당 대표를 만들어야 한다고 이 의원에게 건의한 점과 맞물려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그러나 이 의원은 16일 국회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이 같은 설들을 모두 부인했다.

이 의원은 "청와대에 간 일이 없고 안상수, 정의화 의원을 만난 적도 없다"면서 "누구를(안상수, 정의화 의원을) 민다는 설도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안상수, 정의화 의원도 회동 사실을 부인했다.

그는 '안상수 대표-정의화 원내대표 카드'에 대해 "당에서 그런 의견이 있는 것은 맞다"면서 "그런 얘기들이 막 나오는 시점에 마침 내가 돌아오니 나에게 뒤집어 씌우는 것이다. 누군가 희생을 시켜야 되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 의견이 대세가 된다면 따라갈 수도 있지만 내가 먼저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이상득 국회부의장도, 나도 차기 지도부가 누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없는 데 일각에서 마치 나와 이 부의장이 권력투쟁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너무 어이가 없다"고도 말했다.

그는 미국 연수 시기, 기간 등에 대해선 "아직 확정된 게 없다"면서 "임시국회가 끝나면 정식으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당내 친박측은 이 의원의 행보를 주목하면서도 "움직이더라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다는 반응이다.

한 친박 중진 의원은 "이재오 의원에 대한 우리 입장은 `마음대로 하세요'다. 지금과 같은 행보는 본인이나 이 대통령 모두에게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며 "이 의원은 여권의 어려운 상황을 추스를 때까지 더 자숙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 측근은 "이 의원이 무덤을 파고 있다.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의원의 핵심 측근들은 이 의원이 아무리 늦어도 6월 중순 전에는 미국 연수를 떠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 측근은 "19일 비자인터뷰를 받고 한달내로 출국하지 않으면 입학허가서와 비자가 모두 취소되므로 7월 전대 이후로 시기를 늦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