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D "아직 거기까진 못갔으나 빠르게 다가와"
"세계는 경쟁과 긴장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세계경쟁력센터 소속 스테파네 가렐리 교수는 15일 공개한 '세계 경쟁력연감 2008'에서 세계화(globalization)의 제1, 제2 물결에 이어 제3 물결을 이렇게 전망했다.
그는 세계화의 제1 물결을 1985∼2000년의 기간으로 잡고, 그 특징은 서구 선진국 기업들이 낮은 비용으로 노동과 원자재, 물류관리 등을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비즈니스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무엇보다 공산권의 붕괴로 인해 세계경제에 수 많은 인구가 편입되면서 가능했다는 것이다.
세계경제에 편입된 인구는 25년전 미국, 유럽, 일본을 비롯해 5억8천만명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10배 이상 늘어 63억명에 이르고 있다. 폐쇄경제를 유지하는 나라는 북한과 미얀마, 쿠바 정도이다.
공산권의 붕괴로 발생한 수 많은 저임금 노동력은 아주 매력적인 것이어서 서구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앞다투어 이들 나라에 투자했고, 그 결과 대부분의 제품 가격은 하락하게 됐다.
예를 들어 컴퓨터와 휴대전화, 전자 및 가전 제품들의 가격은 15년전보다 지금이 더 저렴하다.
그러나 제1 물결의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서구 기업들은 단지 저임 노동력을 확보하는 데서 두뇌집단을 값싸게 확보하려는 쪽으로 중심 이동을 했다.
중국과 러시아, 인도에서는 연간 1천400만명의 대학생을 배출하고 있으며, 이들은 값이 싸면서도 경쟁력이 있고 의욕까지 넘쳐 서구 기업들에는 아주 매력적인 인적 자원으로 다가왔다.
세계화 제1 물결과 관련, 갈렐리 교수는 "소비자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 즉 디플레가 주된 특징"이라고 말하고, 이 기간에 선진국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인플레라는 단어는 아예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제2 물결을 2000∼2020년의 기간으로 잡고 현재가 그 절정기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시기에 서구 기업들은 저임 노동력이나 값싼 원자재 확보 등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폭발하고 있는 신흥 국가들의 내수 시장에 대한 접근에 중점을 두고 비즈니스 전략을 변화시켜왔다.
아시아, 러시아, 중유럽, 중남미, 걸프 지역에서 신중산층의 탄생은 중요한 변화 중 하나이다.
2000년이후 6억명이 신중산층에 편입됐고, 이들은 연평균 40억 달러를 소비로 지출하고 있다.
20세기초 유럽과 미국에서 처럼, 이들은 전자제품과 승용차, 주택, 질 좋은 의료 서비스, 휴가 등과 같이 자신의 지위를 확인할 수 있는 브랜드 상품들을 향유하고자 앞다투어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개인 소비의 비율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고, 그래서 기업들은 신중산층의 기호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갈렐리 교수는 "이 신중산층이 향후 20년간 세계의 성장 엔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중산층의 출현과 더불어 도시문명(urban civilization)과 도시경제(urban economy)도 등장했으며, 그 결과 주민들은 질 좋은 수송, 통신, 레저 서비스를 원하고 환경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경제의 붐에 힘입어 아시아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절대빈곤층이 줄어들면서 대규모의 '새로운 소비자층'이 세계경제로 편입됨으로써 이들에 대한 맞춤형 마케팅의 필요성도 대두됐다.
100 달러 짜리 PC나, 인도의 타타와 같이 2천500 달러 짜리 승용차, 마이크로-크레딧은 이들 서민을 겨냥한 제품들이며, 이 부문의 점유율은 앞으로 폭발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종합해 보면, 세계화의 제2 물결로 인해 소득이 높아지면서 세계적으로 개인 소비가 폭발하고 있으며, 그 결과 원유와 원자재, 곡물 가격의 폭등이 일어나는 등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2 물결에 대해 갈렐리 교수는 "과거의 악마였던 인플레가 다시 나타났다"고 말하고, 기업들이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이미 도입한 품질경쟁과 리엔지니어링, 아웃소싱, 해외이전 등과 같은 방법이외에, 비즈니스 모델의 복잡성을 줄여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계화 제3의 물결 시대는 현재 일부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으나 아직은 좀 더 기다려야 한다.
제3의 물결의 주요 특징은 현 신흥 경제 및 나라들에서 새로운 경쟁자들이 출현하는 것으로, 앞으로 이들과 전통적 강자인 서구 기업들 간의 "경쟁과 긴장"이 불가피해 질 것이라는 게 그의 관측이다.
자기의 이름으로 글로벌해지고자 애쓰는 국부펀드와 현지 기업들, 그리고 브랜드들이 바로 신흥경제권에서 출현하고 있는 새로운 경쟁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신흥국가의 정부들은 천문학적인 외환보유고를 지니면서 경제적 파워를 과시하고 있으며, 이들의 외환보유고 중 일부가 국부펀드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1조6천470억 달러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일본 1조80억 달러, 러시아 5천20억 달러, 인도 3천40억 달러, 대만 2천780억 달러, 한국 2천620억 달러 등의 순으로 이어진다.
현재 세계적으로 국부펀드의 규모는 3조3천억 달러로 추산되며, 그 가운데 아부다비의 ADIA가 9천억 달러 이상을 운용하는 등 세계 최대로 알려지고 있다.
갈렐리 교수는 "국부펀드의 전략은 크게 세 가지"라면서 ▲대규모 산업 및 금융기관에 대한 자본금 참여 ▲소규모 산업 및 에너지 기업들 인수 ▲국가적 목적을 위한 보유자산 일부의 배정 등을 들었다.
새로운 기업 및 브랜드들도 세계적으로 우후죽순으로 창업되고 있고, 국내적으로나 세계적으로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대규모 글로벌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테크놀러지와 경영 기술을 공유함으로써 혜택을 보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자로 급속하게 변해가고 있다.
갈렐리 교수는 "오늘날 한때 현지 파트너였던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대 걸림돌은 신흥국가들의 국부펀드와 새로운 현지 기업 및 브랜드가 경영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점이다. 이들이 다른 나라의 대규모 산업, 금융, 에너지 자산들을 인수할 수는 있지만, 인수한 자산들을 관리하는 문제는 전혀 다른 사안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현재 진행 중인 초기 단계에서 신흥국가들은 해외 우량기업의 이사회에서 의석을 얻고자 소규모 자본을 투입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만, 이런 "학습 과정"을 통해 충분한 경험과 경영 지식을 획득하게 될 경우에는 세계화의 제3 물결은 "전면적인 인수" 방식으로 이동할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이렇게 될 경우, 세계의 경제적, 정치적 힘의 균형은 극적으로 뒤바뀔 것으로 그는 관측했다.
갈렐리 교수는 "신흥국가들은 각종 국제기구들에 점점 더 많은 자금을 제공함으로써 그 결과 더욱 더 큰 영향력과 의사결정력을 지니게 될 것"이라면서 "또한 그들은 선진국 내수시장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기 위해 보호주의를 해제하라고 압박을 가속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시대는 정치적, 경제적 긴장이 더욱 증가하게 될 것"이라면서 "한때 선진국이라고 불리었던 나라들의 정부와 국민들은 기존의 생활수준 및 세계문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더욱 더
힘겹게 싸워야만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네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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