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공공기관장에 대한 교체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11일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주요 공공기관장으로부터 사표를 받고 공모절차에 들어가는 등 기관장 물갈이 작업에 착수했다.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선임과 관련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과거의 '무늬만 공모'였던 행태에서 벗어나 해당 기관에 가장 적합한 인물을 뽑는 '진정한 공모'를 실시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 공공기관장, 민간전문가 전성시대 오나
배국환 재정부 차관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90여개 공공기관장은 민간 전문가로 뽑을 예정"이라면서 "정부가 이를 실행하는지 여부는 결과를 보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관료가 원천적으로 배제되지는 않는다"면서 "능력을 갖췄다면 관료출신도 공공기관장으로 선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료출신이 공공기관장에 대거 입성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간 경영전문가에 비해 좋은 점수를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선뜻 공모에 응할 수 있는 공무원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민간 전문가들이 공공기관장으로 진출하는 사례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전에는 유능한 민간 전문가들이 형식적인 공모에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면서 공모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정부가 '진정한 공모'를 실시하겠다고 분명히 약속했기 때문에 공모에 도전하는 민간 전문가들이 이전보다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공공기관 출신이 기관장으로 선임되는 경우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해당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갖고 있는 데다 조직과 구성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공모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에너지공기업 재신임 선별작업중
모두 69개 공기업 '대식구'들을 거느리고 있는 지식경제부는 지난달 중순께 공기업 사장들로부터 사표를 받은 뒤 선별 작업을 진행중이다.
하지만 상징성이 큰 한국전력을 비롯, 굵직굵직한 기관이 많아 다른 부처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관심은 관료출신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어느 정도가 회생할 지 여부다.
일단 사표가 수리되더라도 경영성적표가 우수하고 정치색이 없는 CEO들 일부는 '퇴출'이 아니라 이후 진행될 공모절차를 통해 재입성할 기회가 부여될 것으로 보인다.
관료뿐 아니라 황두열 한국석유공사 사장과 이수호 한국가스공사 사장처럼 이미 해당분야에서 검증된 전문 경영인들이 CEO를 맡고 있던 곳들도 '물갈이' 대상에 포함될 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일괄사표' 이전에 임기만료 등으로 자리가 공석상태였던 코트라.중소기업진흥공단.산업기술재단 등은 이미 공고나 후보추천이 이뤄진 상태다.
가장 진도가 빠른 코트라의 경우, 관료출신 인사가 일체 지원하지 않은 가운데 코트라 출신 임원 3명이 후보로 제청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물갈이 대상 뿐 아니라 임기 만료 등으로 자리가 비어 공모절차가 진행중인 공기업들의 CEO 선임을 보면 어느 정도 선임원칙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했다.
◇ 철도.도로공사 마지막 검증 진행
국토해양부 산하 주요 공공기관의 수장을 새로 뽑기 위한 절차는 이미 시작됐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 수자원공사의 전 사장은 새 정부의 요구에 따라 지난달 일괄 사표를 제출해 수리됐다. 철도공사와 도로공사는 지난 2월 이철 전 사장과 권도엽 전 사장이 각각 사표를 내 공석인 상태다.
후임 사장 선임 절차는 철도공사와 도로공사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이미 공모를 거쳐 3배수까지 압축된 상태로 후보군에 대한 마지막 검증이 진행중이다.
철도공사 사장 후보에는 강경호 전 서울메트로 사장과 박광석 철도공사 부사장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강경호 전 사장에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다.
도로공사 사장 후보로는 류철호 전 대우건설 부사장과 정해수 전 도로공사 부사장 등이 마지막까지 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도 후임 사장 공개모집에 들어갔다. 주택공사는 2일부터 15일까지, 토지공사는 8일부터 15일까지 사장 후보 신청을 받는다.
주택공사 사장으로는 최령 SH공사 사장과 최재덕 전 건설교통부 차관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으며 토지공사 사장에는 서울시 본부장출신인 이종상씨와 건설교통부 차관보를 지낸 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 등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 최재덕 전 차관은 토지공사 사장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아직 공모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 수자원공사 사장에는 이지송 전 현대건설 사장이 유력한 후보로 벌써부터 회자되고 있다.
◇ 금융위 기관장 재신임 가장 빨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공기업들의 경우 재신임 절차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금융위는 최근 예금보험공사.자산관리공사.기업은행의 기관장을 재신임하고 산업은행.증권예탁결제원.신용보증기금.기술신용보증기금을 불신임했다.
주택금융공사는 재공모를 결정했다. 예금보험공사는 서울보증보험의 기관장을 재신임하고 우리금융그룹의 4개 최고경영자의 교체를 선택했다.
각 기관법과 금융위의 입장 등을 미뤄볼 때 산업은행 총재가 먼저 선임되고 이후 주택금융공사, 기술신용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등 순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여타 공공기관과 달리 공모 없이 '금융위원장 제청-대통령 임명'의 절차를 밟도록 규정하고 있어 빠르면 1~2주 내에도 선임이 가능하다.
산업은행 총재로는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유력설이 돌고 있는 가운데 이팔성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윤우 대우증권 이사회 의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관료 출신을 중용할 경우 김석동.임영록.진동수 전 재정경제부 차관의 등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택금융공사는 공모 절차가 진행중이고, 기술신용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은 불신임이 결정된 기관장의 임기가 거의 다 돼 조만간 공모를 시작할 예정이다.
기술신용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증권예탁결제원.주택금융공사 등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모-사장추천위원회 추천-금융위 제청-대통령 임명'의 절차를 밟는다.
우리금융 계열사는 '행장.회장추천위원회-이사회-주주총회'의 절차로 진행된다.
이미 산은 총재로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과 이우철 금융감독원 부원장, 손성원 전 한미은행장, 이덕훈 전 금융통화위원 등의 이름도 금융공기업 기관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급적 민간 출신 최고경영자를 영입하려고 하겠지만 관료 출신이라고 무조건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후임 인선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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