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신라토우, 영원을 꿈꾸다' 전시
조선이 일본 식민통치 아래 있던 1926년 5월. 경주 토목공사 현장에서 고분이 나왔다는 급보가 조선총독부박물관으로 날아들었다. 이에 총독부는 박물관 촉탁인 고이즈미 아키오(小川顯夫)를 사진부원인 다무라(田野)와 함께 현지에 급파했다.
경주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당시 대구에서 경주, 울산을 거쳐 부산에 이르는 협궤(挾軌) 철도를 광궤(廣軌)로 개수하던 중이었으며 그 일환으로 경주역에는 기관차를 병설하기 위한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매립용으로 많은 흙이 필요했고, 역에서 약 1㎞ 남짓 떨어진 경주읍 교외 미추왕릉 지구 황남리 고분군 사이에 있는 밭에서 흙을 퍼 10여 대 트럭으로 나르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무수한 신라시대 무덤이 확인되자 총독부에 신고되고 고이즈미가 현장 조사를 위해 출동한 것이다.
그는 이 광경을 이렇게 회상했다.
"이런 광경(흙을 퍼내는 모습)을 그냥 쳐다볼 수만은 없었다. 이 토층에서 헤아릴 수 없는 작은 돌방무덤이 섞여 있고 토층이 붕괴됨과 함께 무덤 부장유물 또한 모두 함께 부서진 채 출토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사의 손길은 뻗치지도 못하고 어지럽게 흩어진 토기 조각이나 다소의 부장품을 찾아 꺼내는 게 고작이었다."
이런 와중에서도 고이즈미는 대단히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한다. 길이 약 2m, 폭 70-80㎝에 지나지 않는 돌방무덤에서 뚜껑 달린 굽다리토기가 대량으로 발견되고 여기에 무수한 토우(土偶)가 장식돼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고이즈미는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이들 토기가) 각종 토우로 장식된 게 많고 특히 굽다리접시 덮개 손잡이를 겹겹이 붙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이었다. 토우는 종류도 실로 다종다양해…가장 놀라운 것은 인물상 대부분이 남녀간 성행위를 리얼하게 표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수한 것으로는 드러누운 임산부와 아랫도리를 벌린 여자, 작은 배에서 자위하는 남자 등이 있으니, 어느 하나 가릴 것 없이 국부를 극단적으로 과장하며, 대형 항아리 모양 토기 중에는 벌거벗은 남자가 큰 대(大) 자로 손을 (자신의 성기에) 댄" 토우를 장식한 점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이 이번달부터 올 연말까지 고고관 신라실 한 켠에 마련한 작은전시 '신라토우, 영원을 꿈꾸다'는 바로 1926년 경주 황남동을 긴급조사하면서 고이즈미가 수습한 토우 70여 점을 위한 자리다.
사람이나 동물, 혹은 그 외 다양한 물건을 본떠 만든 작은 흙인형인 토우는 대체로 길이가 5㎝ 안팎인 소형에 지나지 않지만 이를 통해 1천500년 전 신라인의 정신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다.
고이즈미가 '섹스 토우'라고 명명한 노골적인 성행위를 형상화한 토우와 남녀 성기나 코와 귀를 지나치다 할 정도로 크게 표현한 인형, 그리고 뱀·거북·개구리·물고기·새·말·용·개·소·토끼·원숭이·물개 등의 다양한 동물을 형상화한 토우도 전시품에 포함된다.
이 중에서도 특히나 인상적인 토우는 출산 중인 여성을 표현한 유물이다.
이런 유물을 볼 때마다 우리는 이렇게 묻는다.
"도대체 왜 저런 토우를 무덤에다가 넣었을까?"
이럴 때마다 고고학계나 민속학계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답변이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기 위함'이지만, 글쎄, 정말로 그런지 아닌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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