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쇠고기가 참여정부 설거지? 양심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결과와 관련, '노 전 대통령이 임기내 하겠다고 해놓고 하지 않은 것을 새정부가 설거지한 것'이라는 현 정부 인사들의 소위 '설거지론'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9일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3일 자원봉사차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은 지지자들과의 만남에서 "설거지를 했다고 이렇게 하는 건 영 곤란하다. 그것은 영 양심이 없는 얘기"라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참여정부가 다 해놓은 것을 했다고 이명박 대통령이 그러는데 뭣 좀 모르고 하는 소리 같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쇠고기 협상과 관련, "우리 상품이 나가는 문은 열어놓고 들어오는 것은 막는다는 것은 전체적으로 어렵다"면서 "완전히 수입 반대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성의 확률과 국가적인 체면, 자존심 그것 때문에 못 열었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동물성 사료를 쓰지 않기로 공표만 하면 우리는 연다, 또 실행을 해야 연다, 여기까지 우리가 양보하고 물러선 것"이라면서 "(그런데) 농림부가 이 문제서 양보를 하지 않아 이게 중지돼 버렸다"고 뒷얘기를 소개했다.

그는 "위험의 확률이 얼마만큼이냐 확률의 문제고, 농림부에서 안 한다고 해서 안 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어 쇠고기 개방에 대한 책임과 관련, "분명히 우리는 (도장을) 안 찍었고, 거긴(현 정부) 찍었다"면서 "미국은 조건을 바꾸지 않았고, 우리는 조건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런 발언이 당시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했던 한 지지자가 촬영한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이날 공개되자 노 전 대통령측은 봉하마을을 찾은 자원봉사자들과 일을 마친 뒤 환담하는 비공개 자리에서 나온 사적인 얘기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노 전 대통령측 김경수 비서관은 "공식적인 말이 아닌 사적인 대화"라면서 "'설거지', '양심없는 이야기' 등은 이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지칭해서 한 말이 아니다. 이 대통령이 잘 모르고 하는 말이거나 실무자가 알면서 의도적으로 한 말이면 양심이 없다는 말이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또 "노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이 대통령을 직접 비판한 일은 한 번도 없다"고 강조한 뒤 "사적인 자리의 대화 내용이 보도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비공개적 자리를 촬영한 것은 도청 또는 엿듣기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서울·김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