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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옛 농촌생활 엿보기

입력 : 2008.05.09 16:10

[유영수 기자의 좌충우돌 일본정착기]일본판 농촌 마을 '일본 민가원' 방문기…'우리와 참 닮았다' 느껴


일본의 옛날 민가들을 모아놓은 일종의 야외 주택 박물관인 ‘일본 민가원’을 다녀 왔습니다. 제가 찾은 곳은 도쿄의 위성도시인 가와사키(川岐)시가 운영하는 곳으로, 에도시대 동(東)일본 지역의 대표적인 민가 25채를 복원 또는 이전해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문화적 가치가 있어 주요 문화재로 지정됐지만, 관리 소홀 등으로 존폐 위기에 처한 민가들을 모았다고 합니다. 저는 이런 곳이 있는지 몰랐는데, 가와사키시 공무원인 일본친구의 소개로 함께 찾게 됐습니다.

일본 민가원에서는 단순히 집을 전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1년 내내 민가의 생활을 체험 할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이나 이벤트를 열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찾은 기간에는 주간에만 문을 여는 평소와 달리, 저녁에 일부 민가를 개방하는 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민가 안에서는 옛 일본 농촌의 밤 풍경을 실제로 보여주는 실연(實演)행사도 열려서 당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경험인 것 같아서 소개할까 합니다.

         

'옛날 옛날에' , 일 민가원 구연 프로그램…어린 시절 향수 젖어

먼저 일본식으로 옛날 이야기(昔話:むかしばなし)를 들려주는 모습입니다. 일본식 화덕인 '이로리(いろり)'(방바닥 또는 마루바닥을 네모나게 파서 그 가운데 난방 겸 취사를 위한 화덕을 놓은 것)’주변에 사람들이 둘러앉아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옛날 일본 농촌에서는 이렇게 밤에 동네 사람들끼리 한 집에 모여 옛날 이야기를 듣고는 했다고 합니다. 원래대로라면 마을의 어르신들이 구전으로 전해지는 옛날 이야기를 했겠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전문 이야기꾼들 3명이 교대로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종의 구연 프로그램으로 진행됐습니다.

들려준 옛날 이야기는 ‘도깨비 가면’과 ‘여우 신부’,그리고 ‘혀 잘린 참새’의 3편이었습니다. 세 편 모두 우리의 전래동화와 마찬가지로 '옛날에 옛날에…(むかしむかし)’라며 시작을 하더군요. 이렇게 처음 이야기 도입부에 쓰는 상투어도 같았지만, 말하는 사람의 독특한 표정이나 억양도 비슷해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이야기꾼들은 또 그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지방의 사투리를 그대로 썼는데, 일본 친구의 설명으로는 그렇게 사투리로 해야 옛날 이야기 특유의 감칠 맛이 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겠다 싶었습니다.

일본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제 아이는 ‘옛날 이야기’라는 말에 눈을 반짝반짝이며 들었습니다. 내용은 잘 몰라도 둘러앉아 옛날 이야기를 하는 분위기가 그냥 신기했나 봅니다. 저도 어렸을 때 할머니로부터 옛날 이야기를 듣던 기억이 떠올라 잠시 향수에 젖었습니다. 평온한데다 무척 따뜻하고 정감이 느껴지는 분위기였습니다.

전통 농가 생활 기구 시연…물레, 맷돌, 절구, 키 등 '우리 것'과 비슷

전통공예 전승자 또는 자원 봉사자들이 옛 농촌의 생활기구를 어떻게 사용했는가를 실제로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먼저 목화에서 씨를 빼내는 기구인 씨아(그림 ①) 입니다.  손으로 목화씨를 빼내는 번거로움을 덜어준 기구인데, 저도 실물로 직접 목화씨를 빼내는 것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신기하다 싶었습니다. 옆에 계신 일본 자원봉사자 할머니가 친절하게 아이가 직접 씨를 빼보도록 도와 주셨습니다. 나중에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우리 것이나 일본 것이나 거의 똑같게 생겼더군요.16세기에 일본이 조선으로부터 면화 종자를 얻어가고 재배법과 직조 기술을 배워가면서 우리 것이 일본으로 그대로 넘어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직조 기술이 전래되기 전 일본 상류사회에서 조선 면포(綿布)는 사치품으로 인기가 꽤 높았다고 합니다.

실을 뽑는 물레의 모습(그림 ②)입니다. 씨아와 마찬가지로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전래됐다고 합니다. 아이는 솜에서 실이 뽑아져 나오는 모습이 꽤나 신기했나 봅니다. 최근 일본 국어 교과서에 나온 ‘너구리의 물레(狸の絲車)’(너구리가 물레를 돌려 할머니의 은혜를 갚았다는 내용)이야기의 삽화에서 본 물레와 똑같다며,자기도 직접 돌려 보겠다고 떼를 썼습니다.

                                 

일본 맷돌과 절구, 키의 모습(그림⑦)입니다. 역시 우리 것과 거의 비슷합니다.

대나무로 바구니와 바람개비를 만드는 모습(그림③)입니다. 일본은 대나무가 많아서 각종 죽세공품이 발달됐다고 합니다

볏짚으로 각종 생활용품을 만드는 이른바 '짚 세공(わら細工)'의 모습(그림④)입니다. 짚으로 새끼를 꼬고, 방석과 짚신을 만들고 있습니다.

짚 세공품 중 눈에 확 들어왔던 짚으로 만든 장화의 모습(그림⑤)입니다.처음 보는 거라 눈이 많이 내리는 일본의 일부 지방에만 있는 물건이겠거니 생각했습니다만,우리도 ‘멱신’이라는 방한용 짚 장화가 있다고 합니다.

가마니를 짜는 데 쓰는 가마니틀(그림⑥)입니다. 다른 것과 달리 한반도에서 전래된 것이 아니고, 1900년대 초 일본에서 거꾸로 들어온 것이라고 합니다.명칭도 일본말인 ‘가마스’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가마니 제조법이 전해지기 전 우리 농촌에서는 섬이 쓰였는데,성기어서 곡식이 작거나 도정된 곡물은 담지를 못했다고 하네요.

일본 예 농촌 풍경 '우리와 참 닮았다'

일본의 옛 농촌풍경을 둘러보고 든 전반적인 느낌은 ‘우리와 참 닮았다’는 것이었습니다. 화로인 '이로리'정도를 빼고는 어렸을 때 제 고향에서 봤던 농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진으로 보듯이 맷돌과 절구, 키의 모양은 ‘한국 민속 박물관에서 찍었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흡사합니다. 또 짚으로 물품을 만드는 모습에서도 작업하는 사람들의 옷을 한복으로 갈아 입힌다면, 이곳을 한국 민속촌으로 착각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일본 농업 관련 전통 생활용품의 상당수가 한반도에서 전래된 데다, 두 나라 모두 쌀 농사 중심의 구조라서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의 처량한 신세도 마찬가지입니다. 위에 언급된 용구들의 경우 몇 십년 전까지만 해도 두 나라에서 모두 농촌의 생활 필수품으로 대접을 받았지만,이제는 산업화에 밀리고 밀려 민속 박물관에서나 찾을 수 있는 처지로 전락했습니다.이번처럼 일부러 시간을 내 굳이 찾아가지 않으면 접할 수 없는 골동품이 돼 버렸으니까요.      

(사진 = 유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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