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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문화제는 살아서 춤춘다

최우철

입력 : 2008.05.08 15:03|수정 : 2008.10.07 14:44

취재후기- 청계광장 광우병 쇠고기 반대 집회


청계광장에선 지난 6일에도 광우병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있었다. 현장 배정을 일찌감치 받고서,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오늘(7일)은 어떤 모습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지 궁금했다.

사람도 매일 하는 이야기라도 날마다 기분과 표현방식이 다르듯, 집회에 나와 하나의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표정과 의사표현의 방식도 날마다 다를 거라 생각했다. 지난 주말 집회가 시작되고 끝나는 과정을 취재한 적이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호기심이었다. 

이런 기대를 안고 현장을 찾았지만, 집회가 시작되자 8시 뉴스를 위해 해야 할 일부터 챙겼다. 이 날 집회를 다룬 아이템은 세 개였다. 기사에서 필요한 인터뷰도 모두 달랐다. 그렇지만 무조건 서두를 순 없었다. 

영상기자는 높은 곳에서 찍은 그림을 챙기러 갔고, 해가지지 않은 청계광장 모습은 촛불집회 분위기를 전달하기엔 나쁜 배경이었다. 영상기자와 대화부터 영상 촬영과 인터뷰를 어떻게 할지 상의했다. 그 사이 사람들도 대오를 만들고 있었다. 순서를 정하고, 인터뷰에 맞는 대상부터 눈으로 점을 찍었다. 정신없는 현장이었지만 인터뷰는 순조로웠고, 7시를 넘자 그림 송출부터 신경을 썼다. 불어나는 인원과 참가 청소년들의 숫자 같은 새로운 팩트를 전화와 문자로 알렸다. 하나 둘 필요한 작업을 하며, 오늘 이 집회 현장만의 새로운 색깔은 무엇인지 고민했다.

경찰도 평화집회로 평가한 촛불과 웃음, 춤판이 끊이지 않는 하나의 '문화마당'

8시를 넘어 분위기가 무르익자, 새로운 모습들이 하나 둘 보였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집회의 핵심 순서는 자유발언이다. 다른 집회와 달리, 최근에 이어지고 있는 이번 집회는 무작위로 이어지는 발언자들의 이야기가 분위기를 결정한다. 어제는 평일이라 중·고등학생의 참여가 줄었고, 그래선지 투박하고 허무맹랑한 주장보다는 정제된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사람들은 괴담이나 철없는 선동에 의해서가 아니라, 광우병 쇠고기 문제의 심각함 때문에 이 자리에 나왔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며칠 전 이틀째 집회와 비교하면, 중고생이 다소 빠진 자리를 대학생들이 메운 것도 새로웠다. 대학생들은 정치적 주장과 발랄한 분위기를 버무리는 노련함이 있었다. 덕분에 집회는 시간이 갈수록 ‘문화마당’처럼 변하고 있었다. 노래를 하면 동료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일어나 춤을 추는 장면이 여러 번 보였다. 타사에서 설치한 지미집 카메라도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한몫을 하고 있었다. 

집회는 당연히 평화로울 수밖에 없었다. 전날 언론의 보도로 경찰의 불법집회 규정과 개최자 처벌방침이 여론의 도마에 오른 뒤였다.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은 언론 보도를 공유하며 어떤 ‘큰 대화’를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누가 먼저 말하지 않았는데도 경찰과 시민이 같은 생각을 공유하며 평화집회를 만들고 있었던 까닭이다. 이 날 동원된 경력은 고작 300명. 그 나마도 최소한만 도로를 지켰다.

밤 9시 쯤 탤런트 정찬과 민노당 강기갑 의원이 집회에 참석해 발언을 했다. 두 사람의 말을 기사에는 어떻게 녹일 수 있을지 생각했다. 미리 해 둔 참여연대 사무처장의 인터뷰와 시민 인터뷰에서 공통점을 생각했다. 모두 경찰의 집회 불법 규정이 시대착오적이라며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기사에서 각기 다른 위치에 있는 세 사람이 한 목소리를 냈다는 말을 넣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본 이 날 청계광장 집회는 하나의 '문화마당'이었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인 자리엔 촛불과 웃음, 춤판이 끊이질 않았다. 평화 집회로 자리했다는 기사 한 줄을 떠올리며, 경찰 이야기도 들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장도 같은 생각이었다. 경찰도 평화집회였다는 평가를 한다는 이야길 전해 주었다.

8뉴스가 끝난 시간, 아침리포트에 이런 취재내용을 전하고 싶었다. 밤 9시 반, 문화마당이 된 청계광장에서 사람들은 해산하는 시간엔 '춤판'으로 갈무리를 했다. 록버전의 아리랑이 앰프에서 잦아들 무렵, 영상기자와 스케치를 마친 나도 현장을 빠져 나왔다.

 

  [편집자주]  사회2부 사건팀의 최우철 기자는 2007년에 SBS에 입사한 새내기 기자입니다. 특유의 적극성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사건 현장의 이면에 숨어 있는 '작지만 빛나는' 진실을 찾아 내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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